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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호란 Dec 17. 2024

2024 겨울 제주도 여행_한라산 등반과 템플스테이

이 년만의 제주도 여행이었다. 얼마나 고대하던 휴식이었는지.

하지만 직장에서 갑자기 일이 터졌고 윤석열 계엄 때문에 탄핵 소추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여행 떠나기가 마음 편치 않았다. 그렇다고 이미 비행기표와 숙소까지 예약한 상황에서 취소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일단 가기로 결정했다. 대신 탄핵이 안 되면 제주도에서 집회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일정도 축소했다. 원래 10일 일정이었는데 7일로 줄였다. 이번 여행은 딱 두 가지, 아니 세 가지만 하기로 했다.

1. 한라산 등반

2. 약천사 템플스테이

3.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완독


당연히 가장 힘든 건 한라산 등반이었고 다음이 독서, 가장 힐링이 된 건 역시 템플 스테이다.



한라산 등반

두 번째 한라산 등반. 겨울등반은 처음이었다. 아이젠만 사고 나머지 등산용품은 <오쉐어>라는 곳에서 대여 했다. 등산화, 스패츠(spats, spatterdashes, spatter guards의 준말), 스틱을 대여하고 반납은 바로 성판악 주차장에서 가능했다.


아침 8시에 시작해서 10시 반에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고 12시 반쯤 백록담에 도착했다.

지도상 진달래 대피소까지가 가장 어려운 코스라고 나왔지만, 이미 진달래 대피소까지 체력이 바닥나고 깡으로 버티며 백록담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진달래 대피소에서 백록담까지 코스가 가장 힘들었다.

그나마 겨울 산이라 아이젠을 신고 가서 흙바닥보다 덜 힘들게 느껴졌다. 다만 백록담 정상 전까지 200미터가 제일 힘들었다. 칼바람이 불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고 콧물 눈물에 앞도 잘 보이지 않았다.

백록담의 눈 덮인 장관을 봐도, 감회는 몇 초뿐. 다시 내려갈 생각 하니 아찔하다.

너무 피곤하면 식욕도 떨어진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먹으려고 가져간 김치찌개는 뜯지도 않았다.

바나나와 사과 귤 등 과일만 먹혔다. 다음에는 고구마나 오이 같은 걸 챙겨가야겠다.

왼발 엄지발가락과 오른쪽 허벅지의 아픔을 견디며 4시 반쯤 하산했다.

8시간 등산. 다시는 한라산 등반을 안 할 것 같다. 다음에 간다면 관음사나 사라오름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리. 그렇게 하산하고 난 뒤 근육통은 나흘은 갔다. 그나마 사흘째 되는 날 사우나 가지 않았다면 더 오래 남았으리라.


약천사 템플스테이_숨비 명상

위파사나 명상 이후 거의 10년 만에 다녀온 명상 여행이었다. 그때도 12월 말, 열흘 정도 휴가 내고 묵언 수행 다녀왔다.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2박 3일의 숨비 명상 체험도, 예전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하는 경험이었다.

올해는 건강을 챙기는 한 해로 정했다. 하루라도 젊을 때 나쁜 습관을 고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일 년 프로젝트. 매일 수면 시간, 음식, 운동, 단식 시간 등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관리하니 2킬로는 뺀 것 같다. 물론 2킬로는 더 빼야하지만. 


템플 스테이가 현재 내 생활 패턴과 가장 잘 맞았다. 우선 새벽예불을 하려면 새벽 5시에 기상해야 한다. 평상시에도 5시에 일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취침도 9시. 집에 있을 때도 10시면 자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절밥. 절밥은 채식이다! 약천사 절밥은 집밥보다 맛있다. 이렇게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라니. 정말 행복하다. 제주도 있으면서 먹을 만한 게 많지 않아 하루에 한 끼 정도면 챙겨 먹었는데.

절에서는 하루 세끼를 채식으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숨비 명상은 지음 메디테이션에서 개발한 것으로 약천사와 해인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래 8주 프로그램이지만 2박 3일로 압축해서, 초보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본 명상법, 치유요가, 바다 명상, 숲 명상, 지혜명상으로 진행된다.

기본은 숨 쉬기(집중)와 걷기. 새로운 내용은 없었지만 복습하는 효과가 있었다.

올해 요가를 삼 개월 했는데 다시 육지로 돌아가면 바로 요가 재등록을 해야겠다.

요가만큼 명상과 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이 책은 꼭 제주도에서 읽고 싶었다. 첫 장부터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템플 스테이 하면서 완독 할 수 있었다. 묵직한 내용을 세 명의 여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주인공 경하, 경하의 친구 인선, 인선의 어머니. 진짜 주인공은 인선의 어머니다. 제주도의 비극적 역사를 몸소 겪고, 어떻게든 오빠를 찾으려 하고, 결국 찾지 못해 치매에 걸린 게 아닐지 싶다. 이런 트라우마를 겪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픈 역사를 숨기지 말고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다시 육지로 갈 생각 하니 벌써부터 아쉽다. 제주도에서 일 년이라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함께 템플스테이한 분은 4년 전에 한달살이로 제주 왔다가 너무 좋아 지금 4년째 서귀포에 살고 있다고 한다.

나도 제주도에 살고 싶지만, 생각보다 겨울이 길고 춥다. 내년 봄에 꼭 다시 제주도에 와야겠다. 제주도에는 네 곳(관음사, 금룡사, 백제사, 약천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엔 관음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신청해야겠다.


https://www.templestay.com/temple_search.aspx?searchword=%EC%A0%9C%EC%A3%BC&opt=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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