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는 나의 미친 마음이여.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든 내 마음의 문은 너에게 열려 있다.
네가 나를 파괴하고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너에게 어떤 나쁜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너를 사랑한다.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中
내 마음속에는 미친 코끼리가 있다. 그는 잠에 들 때 말고는 늘 감정에 널뛰는데, 그 친구가 생각을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코끼리는 현실 속의 결핍을 먹고 자라며, 오지 않은 앞날에 대한 걱정에 과몰입하느라 지금에 집중하지 못한다. 코끼리가 비대해지면 나는 터져 버릴 것만 같다. 그럴 때 내가 찾는 구명조끼가 있다. 바로 명상 앱 Calm이다.
올해, 나는 재택근무를 하며 종일을 혼자 방에서 보냈다. 노트북을 닫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면서도 일을 끝낸 이후의 시간이 똑딱똑딱 흘러가는 게 참 아까웠다. 내일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조용한 전쟁터 같은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게 끔찍했다. 바로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내 책상 위로 출근하면서도 말이다. 국경 문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약 없이 마냥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우울의 늪에 빠지기 직전, 나는 마지막 남은 의지를 끌어 모아서 아파트 꼭대기에 위치한 옥상에 올라가곤 했다. 거기서 도시의 불빛이 별처럼 반짝이는 걸 보면서 10분 남짓의 calm의 세션을 하나씩 들었다. 그러면 한결 숨통이 트였다.
#Calm 은 명상과 수면을 도와주는 앱이다.
그중 명상 카테고리는 스트레스 관리하기, 불안 잠재우기, 감정 들여다보기 등 다양한 주제의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 3월 3일부터 구독을 시작해 calm을 시작한 지 10개월이 되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사용했음에도 전체 세션의 20%도 소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만큼 컨텐츠가 방대하다.
사실 명상 앱을 깔기 전에도 혼자서 종종 명상을 했다. 그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데 도움을 받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의 흐름을 고치기는 어려웠다. Calm은 가이드 명상이다 보니, 내 상황에 맞춰서 세션을 선택하고 내 취향에 맞는 성우의 목소리로 향유할 수 있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생각은 생각일 뿐이에요. 떠가는 구름을 보는 것처럼 내버려 두세요', '감정은 통제한다고 수그러들지 않아요. 나는 지금 화가 나있다, 무섭다, 등 내 감정을 느끼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봅시다.' 그렇게 무거웠던 생각과 감정을 호흡과 함께 흘려보내게 된다. 선생님의 가이드를 따라 하다 보면,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혼자하는 것보다 수월하다.
대부분의 명상 세션은 재생시간의 절반이 개울물 소리(?)를 배경으로 호흡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명상에서는 호흡이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고 들이쉼으로써 내 머릿속 생각에 갇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감각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래는 calm 앱을 시작하고 2주 차 때 쓴 글이다. 나는 지금도 10분짜리 세션을 끝내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지고, 내가 명상 앱을 구독할 여력이 있음에 감사해진다. 앱을 사용하면서 명상하는 습관을 단단히 세울 수 있었고, 멘탈이 나갈 때마다 기댈 곳이 생겼다. 그렇게 조금씩 단단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겐 어떤 음악이나 컨텐츠 스트리밍 앱보다도 값어치 있었던 소비였다.
오늘은 시규어로스라는 아이슬란드 밴드의 연주를 배경으로 청각 명상을 했다. 몸을 소리로 씻어낸 느낌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몸이 붕 떠오르는 것처럼 가뿐하다. 약 10분 간의 명상이 끝나고 나서 귓속에 꽂아둔 무선 이어폰을 꺼냈다. 나뭇잎이 바람에 사그락 대는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벌레가 우는 소리들이 생생하게 들렸다. 도시의 옥상에서 명상을 하고 고요히 보내는 시간. 밤하늘과 구름이 지나가는 걸 구경하면서 바닥에 드러누운 지금은 이대로 완벽했다.
명상의 중간 지점에서 느꼈다. 나는 지금 혼자이지만 행복하다는 걸. 눈 앞에는 시야를 방해하는 빌딩 하나 없었고, 밤하늘에 구름이 흐르는 모습을 천천히 구경했다. 이 순간에 나는 생생히 살아있다. 외로움도 그리움도 없고 외국인 노동자의 페르소나도 벗고 그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다. 이 공간과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는 게 너무 감사하다.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내게 이 시간이 있다면, 나는 나를 믿고 매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걸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다.
<Calm을 듣고 나서, 3월에 쓴 일기>
#1년에 76000원? 너무 비싸지 않아?
calm 의 구독료는 연 69.99 불 (12/7/2020 기준 76,044원)이다. 한 달 기준 6400원가량임을 생각할 때, 웬만한 뮤직 스트리밍 앱 구독료와 맞먹는다. 그럼에도 난 당신이 꼭 이 앱을 써봤으면 좋겠다. 단 1주 만의 무료 체험이라도.
인생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면, 내일을 시작할 힘도 의지도 없다면, 10분만 짬을 내자. 정성스럽게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꼭 Calm 이 아니어도 Headspace 같은 타 명상 앱이나, 유튜브 채널도 괜찮다. 비싼 돈을 써서라도 앱을 구매하기 권하는 이유는, 돈을 내야 습관화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돈보다 시간이 귀한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갑자기 불안하거나 우울한 마음이 치솟을 때, 항상 기댈 수 있는 따뜻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된다. 올해는 유독 늦은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밤들이 많았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 수도 없는 상황이 외롭고 무서웠다. 그럴 때마다 calm 앱을 켰다. 한 번도 걸어본 적은 없지만, 내게는 한강 다리 위의 생명의 전화와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와이파이만 있으면 24시간 동안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대면 수업으로 명상을 연습하거나 책으로 독학하게 되면, 접근성이 떨어지고 스스로 습관을 들이는 데 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명상 앱은 앱을 열고, 세션을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2번의 터치면 된다. 이렇듯 접근성이 높았기에 습관화하기 쉬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고된 시간이었다. 경제 침체와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 속에서 사람들의 불안과 우울 수치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정신 건강 증진에 보다 힘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올해 Calm 은 1년 전과 비교해서 일일 다운로드 수가 2배 증가했다. 재생 시간으로 비교해보면, 지난해에 비해서 10억 분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calm 은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최근 20억 달러 가치를 달성했다 (블룸버그)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심리 상담은 1회 1시간 기준 7-8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월 40만 원은 웬만한 월세에 맞먹는 비용이다. 정신과를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은 시간의 제약 때문에 깊은 심리 상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통 2-30분 간의 상담 시간이 주어지다보니, 심리 치료보다는 약 복용과 육체적 건강 개선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았다. 둘 중 한 곳의 도움을 받더라도, 상담을 받는 시간 외에는 도움을 청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명상 습관을 기른 것은 혼자 힘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전문상담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상담 보다도 훨씬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도 올 한 해는 건강한 마음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시간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꼭 명상 앱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잘 다독이고 일상 속에서 편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새해 시간표에는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꼭 들어 있었으면 좋겠다.
*제 사비로 구매해 사용한 후기입니다. 어떠한 경제적 대가도 받지 않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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