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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Aug 13. 2020

일상을 지키는 법 - 요가

락다운 시기에 발견한 보물  

5월 4일의 편지 


가희야, 오늘은 어떻게 보냈어? 한국은 내일이 어린이 날이니, 오늘은 월요병 없는 월요일이지 않았을까? 

설레는 월요일이라니 조금 모순적인 느낌이야. 내가 사는 이 나라는 락다운 (도시 봉쇄)이 되어서 친구를 만날 수가 없어. 외출을 하더라도 운동이나 장 보기 정도만이 허용되고, 필수적이지 않은 사업들은 다 문을 닫았어. 정부가 고용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감시를 하기 때문에 조금의 예외도 허용되지 않지. 혼자 지낸지 거의 한 달이 넘었네. 아, 너무 걱정 하지는 마. 매일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부지런히 장을 보면서 채소도 챙겨 먹고, 유투브 보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 그런데 말야. 아무리 촘촘히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도,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어. 지난 며칠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생각이 들곤 했어 '오늘도 시작이구나, 혼자 9시간을 또 어떻게 버티지?' 가족들과 친구를 만날 수 없고, 홀로 떨어져서 일하는 이 생활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거야. 무엇보다 내일도 같은 하루가 반복될 거라는 게.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아침에 명상이나 운동이라도 해야겠다 싶더라. 그러다 15분 - 30분 짜리 요가 영상을 올려주는 요가 소년이라는 채널을 알게 됐어. 그렇게 매일 하루의 시작과 끝에 요가를 시작하게 된거야. 


출처: Unsplash.com

오늘은 회사 노트북을 덮고 건강한 척추를 위한 요가 영상을 틀었어.하루 종일 앉아 있느라 고생한 내 척추에게 작은 선물을 해주고 싶었거든. 가만히 누워서 호흡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복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해. 숨을 마실 때 배를 부풀리고 내쉬는 숨에 배가 홀쭉해져. 


누워서 무릎을 90도로 두고 오른 다리를 천천히 길게 뻗어.등 허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복근이 팽팽하게 당기는 게 느껴졌어. '스읍 - ' 들이 마시고, '후우-' 하고 내쉬어. 다른 생각은 하기 힘들어. 숨을 내쉬면서 한쪽 발을 내려놓고, 들이마시면서 허리 근육을 팽창하는 건 집중이 필요한 일이거든. 모든 동작은 숨과 함께 이뤄져. 신기하게도 숨을 쉬면 관절을 더 넓게 쓸 수 있고, 떨리면서 버티기의 한계가 올 때, 숨을 훅 들이쉬면 몇 초나마 더 버틸 수가 있더라. 

   

매일 9시간 동안 작은 의자에 몸을 구겨넣고, 내 얼굴의 2배만한 모니터 속 세상에 빠져 들어가. 그 속에서 난 동료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이해시키고, 뭉뚱그리고 애매한 회의 내용을 탁탁 털어서 정리하고, 어려운 질문을 해. 만난 적도 없는 협력사에게 고심해서 메일을 쓰고, 짬짬이 변화하는 트렌드와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공부하지.그렇게 미간을 찌푸리며 일에 휩싸이다보면, 어느샌가 숨을 쉬는 걸 잊어버리고 말아. 요가를 하면서 가장 신기한 건 초 단위로 촘촘이 숨을 쉰다는 거였어.'내가 숨을 쉴 때 이런 소리가 나는 구나' 하고 살짝 놀라는 스스로를 발견해. 그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면서 내 안에 숨을 불어넣고, 쥐죽은 듯 하던 몸과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송장자세야. 송장 자세는 동작을 끝내고 가만히 송장처럼 누워있는 자세거든. 

그렇게 몇 분을 누워있으면 이마가 화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 조금씩 나른해지려고 할 때, 선생님은 '천천히 두 손과 발목을 움직여봅니다' 라고 우리를 깨우기 시작해.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조금씩 움직여보는데, 정말 죽었다 살아나는 그런 느낌인거야. 요가 선생님을 '안내자'라고 하는데, 그 순간 그 분이 나를 또다른 세계로 안내해주는 것 같았어. '몸'의 세계랄까. 시장과 회사와 복잡한 인간관계가 없고, 그냥 물리적 존재로서의 '나'만 존재하는 직관적인 세상 말이야. 내 골반이 어떻게 생겼는지, 허리가 매트에 닿는 기분이 어떤지, 숨을 쉴 떄 복부가 팽창하고 수축할 때의 공간감에 집중하는 세상. 그 곳에 계산은 없고 감각만이 가득차 있어. 



당분간 요가를 계속 할 거 같아.  지금 나는 3평 남짓한 내 방에 갇혀있지만,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한 듯해. 가로 60cm 에 세로는 2m 에 불과한 작은 매트 안이지만, 몸 구석 구석 잠들어 있던 근육을 하나씩 깨우는 여행을 하는 기분이야. 인도 만큼은 아니어도 조금은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여행이 될거야. 요가를 하면서, 매일 야근하고 일에 치여도 틈틈히 달리는 너가 생각이 났어. 요즘 잘 지내니? 몸도 마음도 위축되기 쉬운 나날이지만, 너를 위해 땀을 흘리는 시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보고싶어. 조만간 우리 만날 수 있길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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