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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 life Aug 16. 2019

감자의 계절

나의 소울 푸드

나는 요리에 관심이 너무나 없는 불량 주부.

자랑은 아니고 창피하지만 고백한다.


오늘 점심에 뭘 먹을까 고민 하다가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점심 뭐 먹어? 난 뭐 먹지?"

집에서 쉬고 있자니 매 점심시간이 곤욕이다.

회사 다닐 때에는 내가 먹기 싫어도 약간 입맛이 없어도 그냥 동료들과 나가서 점심식사를 먹었지만 이젠 꼭 시간을 지킬 필요도 없으니 배꼽시계만 믿다가 꼭 끼니를 놓친다.


"감자 먹고 싶은데 엄마가 해 주는 그 감자 맛이 안나네"

했더니 좀 더 쉬운 감자요리 레시피를 보낸준다.


일단 물에 2/3 잠기게 한 다음 자글자글 중불에 삶는다.

버터, 설탕, 소금을 넣고 삶아진 감자를 볶는다.

이때부터 맛있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그렇게 한 후 위에 파슬리를 솔솔 뿌려야 하는데...없다.

대충 뒤져보니 허브 시즈닝이 보여서 허브 시즈닝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치즈도 한장 올려 주었다.

그렇게 한 후 전자 렌지에서 3분 돌렸더니

짜잔~~~

좌) 시즈닝만 뿌린 상태 우) 그 위에 치즈를 한장 얹고 다시 전자렌지


이리 간단할 수가 있다니.

게다가 <맛있다>


점심 대신 감자와 커피




Soul Food


할머니와 엄마가 여름마다 해 주셨던 감자는 쇼당을 잔뜩 넣어 먹는 찐 감자이다.

냄비 바닥에 눌러 붙은 갈색 설탕에 묻은 감자를 떼어 먹는 재미가 일품이다.


국민학교 3학년.

무용대회를 앞두고 여름 방학 내내 학교에 나갔는데 돌아가면서 간식을 싸와야 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빵과 쥬스 같은 것들을 사왔는데

내 차례가 되자 할머니가 엄청 큰 솥에 감자를 쪄서 가져 오셨다. 

그 더운 여름날 불 앞에서 손녀딸을 위해 감자를 쪄서 들고 왔을 할머니.

나는 내심 그냥 다른 친구들처럼 빵과 쥬스 사주지 웬 감자...라며 철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잊을 만큼 감자는 맛있었다.

뜨거운 여름에 먹는 따끈따끈한 찐감자라니.

땀을 뻘뻘 흘려가며 교실 한쪽에서 먹던 그 감자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가 성인이 되었을때까지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위해 먼 시장을 마다 하고 다녀오셨으며 갑자기 "할머니 나 부침개" 하면 얼른 일어나 뚝딱 해주시던 마법의 손을 가지고 계셨다.


여름이면 잊지 않고 옥수수와 감자를 쪄서 주시던 할머니의 그 음식들이 너무나 그립다.


다음엔 엄마에게 쇼당 넣고 맛있게 감자 찌는 법을 좀 전수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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