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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Mar 25. 2022

물고기 비늘

취미 그림

요즘 내 취미는 호시탐탐

딸의 옛 수납박스를 뒤지는 것이다.  

딸아이의 수납박스는 요지경 속이다.

호주로 이태리로 대륙을 넘나들며 성장하는 동안

딸이 쓰고 모으고 심취했던 모든 것들,

지금은 쓰진 않지만 버릴 수도 없는 온갖 것들이 가득하다.


어제는 그 속에서 요상한 종이를 발견했다.

도화지는 도화진데 종이가 올록볼록해

색도 잘 안 칠해질것 같고

대체 무슨 용도인지 나로서는 처음보는 종이였다.


그래도 내가 누구더냐.

그 종이에 물고기를 잔뜩 그려보았다.

올록볼록 저절로 돋을 생생한 비늘을 기대하며 ᆢ


정작 내가 그리고싶던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물고기의 시간, 험한 바다를 견뎌온 물고기의 갑옷,  깊은 고요의 소리까지 듣게해준다는 물고기의 비늘이었는데ᆢ

그림실력은 어떻든

손으로 쓸어보면 돋아난 비늘만은

알알이 만져져 탁월한 선택이었는데ᆢ

사진으론 영 안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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