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과그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화 Apr 11. 2022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난다

우리 강아지 박샘

나흘 째 박샘이 많이 아프다. 비명을 지르거나 끙끙 앓으며 안절부절 어쩔줄 몰라한다.

친구남편이 원장님이신 평소 다니던 병원을 거쳐 2차동물병원의 응급실에 가니 접수대에서 미리 심폐소생술 동의여부확인서를 받는다. 사람으로 치면 대학병원같은 2차 동물병원이라더니ᆢ그 확인서가 박샘의 비명만한 중압감이었다.


평소 모든 연명치료를 거부하기로한

우리부부 스스로의 생각대로

만일의 사태에 박샘도 그건 안 하겠다고 말하곤

1초도 안되어 갈등이 생겼다. 이것은 우리말년의 결정이지, 저 말 못하는 작은 생명의 생각은 아니다 싶어서 ᆢ


몇 년전 나의 종합검사 땐.

mri 기계 속 스피커에서 산울림의 청춘이 흘러나왔다.' 언젠가 가겠지, 돌아서야지, 세월은 가는거야 '  

우습기도하고 기가 막히기도하고 ᆢ

그때 그 공교로운 선곡은

어떤 순간에 대한 세뇌라도 미리 시키는 것같더니

동물병원 대기실 모니터에선

그 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기쁘게 퇴원하는 강아지와 보호자의 동영상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하다 죽어가는 강아지와 보호자의 상반된 동영상이 반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생명이란 늘 저렇게 한치앞을 몰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가감없이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것인지ᆢ


응급실 대기실의 모니터치곤 배려가 없는ᆢ

강아지가 죽어가는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 문득ᆢ옆에 앉은 남편은

어머니를 잃은지 백일도 채 안 되었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어머니를 입원시킬 때도

나는 심폐소생술에 동의하지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비록 어머니의 뜻도 그러셨고

고통이 더 심해지실것을 걱정했다하나,

그런 내가 강아지가 죽어가는 동영상앞에서 눈물을 흘릴 처지라도 되나 ᆢ

 ----------------


지극히 아름다운 것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ㆍ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하는 것이

곳곳에서 어떤 생명들을 볼 때니

생명은  그 어느 생명이나 참으로 아름답고 짠하다.


사람과 개의 세월속도는 다르다고 한다.

박샘이 아픈 이 시간이 내겐 나흘째지만

박샘에겐 몇십일의 고통을 겪고있는 것일수도 있다.

사람나이로 치면 73세를 넘겨

정말 내 아기에서 친구에서 어느덧 큰오빠 뻘이 되어 박샘이 아니라 박선생님으로 불려져야할

우리 강아지 ᆢ

내겐 13년째 위안을 주고있지만

자기로선 73년째 내게 신의를 다하고 있는

이 대단하고도 아름다운 생명이 빨리 낫기를 비는 동안, 나는 여전히 무력하다.



#우리강아지 #박샘 #박선생

매거진의 이전글 물고기 비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