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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화 Apr 15. 2022

따뜻한 햇볕, 따뜻한 말 한마디

배려란 무엇인가

박샘이 아프니 내 시간도 멈췄다. 강아지사랑이 유난해서가 아니라 밥도 약도 내가 먹여야하는데 13년이나 함께한 가족이니 앓는 아이를 두고

내 볼일을 보기 어렵다.


잡혀있던 약속들을 미루느라 몇몇과 연락을 했는데

강아지가 많이 아프단 말을 하자마자, 대뜸

안락사를 시키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디가 왜 아픈지 묻거나

빨리 나으란 말까진 바라지않았고

그또한 나와 강아지를 걱정해주는 뜻인 건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건 내게도 상처가 되었다.


내가 처음 페이스북을 하게된건

9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때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깊은 우울에 빠져

아무 외출도, 누구와의 연락도 안하고

모든 문을 닫고지내던 내게 딸이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주었다. 딸은 그 즈음 제 엄마가 유일하게 할수있을 일이 글따위를 끄적거리는 것임을 잘 알았고 나는 페이스북에 아버지를 기록하였다.

그러던 며칠후 놀랍게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래전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다 이사와 함께

연락이 끊겼던 사람과 9년만에 다시 연락하게 되었고, 그 사람과 만나기로한 것이

내 자발적 첫 외출이었다.


90세에 떠난 아버지, 9년만의 만남,

별거 아닌것같아도 내겐 그런 9자의 우연이 없었더람

그토록 일찍 약속에 응했을까.

아무튼 그  약속을 잡으며 나는 살다보니 누군 90세에 떠나고 누군 9년만에 다시 만나기도 한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더랬다.


그런 만남이었는데 ᆢ 그 만남 뒤 그 사람은

세상을 영영 떠난 아버지보다 더 내게 멀어졌다.

불과 얼마전 내가 아버지를 잃었단 것을 알고 내게 '그러고만 있으면 더 우울하니 우리 얼른 얼굴보자, 따뜻한 밥 사겠다''고 거듭 내게 청했던 그 사람은 결국 그날 나에게,

당장 기운차리고 자기를 따라서 암웨이판매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판매를 잘해 다이아몬드인가 그런 레벨까지 올라갔다는 책임자와 함께였다.


나는, 자기가 돈을 내겠다고  말리는 그 사람을 부득부득 이겨

그 두사람의 밥값과 찻값을 내는 것으로

그 사람을 마음속으로부터 떠나보냈다.

암웨이가 아니라 다이아몬드를 직접 캐는 좋은 일이었다해도 그때 그건 내게 너무 배려없이 느껴졌다.


이 모든게

조금만 우울해지면 문을 걸어잠구게 되는

꽁하고 좁은 내 탓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배려란 무엇인가.

사람마다 경우마다 사정이 다르니 정답도 없겠지만 진정한 배려란 무엇인가를 나도 깊이 고민 중이다. 며칠새 네배나 용량을 높인 약이 듣기 시작했지만, 하루아침에 다리가 풀린 어린 생명을 보면서ᆢ 슬픈건 우리 고

어쩌면 박샘은 아픈게 가장 슬픈 일일 테니

박샘이 고생을 덜하길 바랄 뿐이란 마음을 되새기는 사이에도, 내 품에서 아기처럼 잠자며 움직이는 따뜻한 심장고동을 느끼면서ᆢ

제 집 놓아두고 엄마 옷에 눕거나

갑자기 맨바닥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박샘을 보면서 ᆢ


설탕도 녹는 시간이 필요하고

밥도 뜸드는 시간이 필요한데

모든 시간엔 기다려야할 때가 있다. 말도 행동도ᆢ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할 때다.

그리고 나도 좀더 그대로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강아지의 하루는 우리의 하루보다 기니까

비명없이 지낸 박샘의 어제 하루는

우리의 열흘만큼 대견하고 소중하니까

오늘도 잘 견뎌보자. 햇볕도 좋은데ᆢ박샘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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