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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겸 Aug 14. 2016

Day 68

On the road again


오늘 탄 거리: 127km (Plymouth ~ Hope Valley)

총 이동 거리: 5687km


아침에 동욱이랑 같이 출근길에 나섰다. 오늘 첫 출근이라는데 마침 병원이 남쪽 Plymouth 인 곳이라 태워달라고 했다. 거리로는 사실 차이가 전혀 없지만 보스턴의 복잡한 거리를 피할 수 있기에 감사히 올라탔다.

동욱이랑 같이 출근중.


그렇게 Plymouth에서 친구와 작별인사를 하고 New London으로 향하기 시작. 거기서 롱 아일랜드로 배를 타고 가서 뉴욕까지 타고 갈 생각이다.

바이바이 동욱~
Plymouth에서 본 대서양. 아직 물에 바퀴를 안 담갔다.

확실히 새로운 자전거를 타니 내 이전 자전거가 얼마나 좋았는지 깨달았다. 내가 평생 타본 자전거 중 제일 후졌다. 일단 불편한게 장난 아니고 변속은 체인이 이탈 안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뿐이다. 정확성 따위는 이미 갖다 버린지 오래. 신문 구독하면 주는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다. 하지만 짐은 전혀 안 실어서 오히려 평속은 오른게 함정.

새로운 애마.


Plymouth에서 Providence 까지는 수월하게 갔다. 길은 엄청 좁지만 차가 별로 없는 편이라 그닥 위험하지는 않았다. 이제 말년 병장의 마음가짐으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고 있다. 차소리 나면 무조건 뒤를 쳐다본다.(이전까진 그냥 운명에 맡겼다.)

New London 가기 20km 전에 저렴한 모텔이 있길래 여기서 자기로 결정. 내일은 Markus 집에서 자고, 모래는 드디어 집이니, 오늘이 마지막으로 숙박에 돈 쓰는 거다.

동부쪽은 길이 다 좁은 것 같다.
Providence.


확실히 이제는 그냥 숲만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전부다 집이나 상가가 차지하고 있는듯 했다. 근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제 무릎이 슬슬 아파오기가...

아마 자세가 무척이나 안 좋게 자전거가 세팅 되어있어(안장 각도를 설정하는 나사가 마모되어 못 바꾼다) 그런듯 한데 이제 200km도 안 남았으니 제발 그때까지만 버텨주기를.

그렇게 아픔을 참고 달리다 보니 갑자기 뒷 바퀴에서 이상한 느낌이 났다. 아니 이런 펑크가ㅠㅠ 나는 당연히 3일 정도는 버티겠지 싶어 돈이라도 아끼고자 예비튜브를 안 샀었다. 게다가 바퀴가 퀵 릴리스가 아닌 볼트와 너트로 조여저 있어 뺄 수도 없다.

오 주여...


가장 가까운 자전거 샵을 검색해보니 20마일. 그냥 타고 가려고 하는데 바람이 완전히 빠져버리니 거의 굴러가지를 않는다. 지금 4시인데 5시 영업 종료다. 후... 일단 침착하고 자전거 샵에 전화를 해봤다.

픽업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겠냐고 물었더니 우버를 부르란다. 예상 가격을 찾아보니 70달러. 자전거가 40달러였는데 펑크 하나 고친다고 70달러를 내고 우버를 타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래 그러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지.

갓길에 자전거를 눕혀놓고 엄지 손가락을 들었다. 이 길을 지나는 차들은 대부분 도시사람들이라 사실 기대는 안 하지만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이것뿐이니.


히치하이킹을 몇번 해보니 픽업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우선 자전거를 탄다는 것을 어필해야한다. 헬멧을 벗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자전거는 눕혀놓고 가방을 풀어놔야한다. 그래야 자전거가 고장난 선량한 자전거 여행객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실제로도 그게 사실이고.

그런데 역시나 동부에선 안 먹힌다. 내가 엄지를 들자마자 승용차건 트럭이건 다 차선을 안 쪽으로 바꾼다. 표정을 최대한 불쌍하게 지어봐도 다들 피하기만 할뿐.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지났나. 마지막으로 트럭 세 대가 연달아 지나가는데 모두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내 엄지를 보고 차선을 바꿨다. 더 이상 참다 못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한 쪽에서 SUV가 와서 지나치는 척 하다가 갓길에 세웠다. 이런 천사분들이 다 있나 ㅠㅠ 내 상황(자전거가 훔쳐졌고 빈털털이 된상태에서 지금 타이어도 펑크나거 울고 싶다)을 최대한 불쌍하게 설명해주니까 타라고 한다. 그냥 드라이브 중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미 자전거 샵이 닫은 관계로 그냥 인근 모텔에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아직 펑크는 고치지 못했지만 여기서 어떻게든 다시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서 New London으로 갈 수 있겠지 싶었다. 이 여행을 생각해보면 애초에 어떻게 갈지 확신을 지은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항상 그날 아침이나 전날 저녁 늦게 루트를 짜고 길에 오르면 그 루트가 수시로 바뀌곤 했다. 그래도 결국 목적지에는 어떻게든 도착했다. 이번에도 똑같겠지.

이제 내일 모래면 뉴욕. 뉴욕으로 가는 길이라고 써져있는 표지판을 보니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해냈구나. 아 물론 워싱턴에서도 해냈구나 했는데 그 꼬라지 난거 보면 아직 설레발 치기는 이르지만.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있는 모텔. 오늘은 여기서 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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