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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ar Havana Dec 03. 2017

수시 광탈의 추억

미용실 가는 길의 회상

팔자에도 없는 대학가에 살다보니 오늘 동네에 영 사람들이 많은게, 논술 고사날임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공부를 썩 잘 하는 학교는 아니어서, 보통 정시보다는 수시로 수도권 내 대학을 많이 보내는 편이었다.

내 성적 또한 썩 잘 하는 편도, 못하는 편도 아닌 애매한 위치여서 고3 때 나를 수시로 어떻게서든 한두단계 더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선생님이 뽐뿌질을 하셨다.

고3 그 해에는 대학만 잘 가면 인생이 바뀔 것 같은 생각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젖어있어서, 거의 서울 시내에 있는 모든 학교에 수시를 쓴 것 같다.


당시 수시 원서 지원비만 한 학교당 못해도 한 10만원쯤 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그 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는 이런 나를 보며 꺼리는 내색 하나 없이 전부 지원할 수 있도록 카드를 내미셨다.

결국 그 해 모든 수시에 떨어지고 나는 재수학원에 입학했다. 남들보다 6개월 먼저 입학해서 놀려는 심산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남들보다 1년을 늦게 대학에 입학한 셈이다.

모든 수시에 떨어졌을때도 엄마는 단 한번도 돈이 아깝다는 한탄이나, 수능에 집중했어야지 하는 타박도 하지 않았다. 내가 수능 점수를 받고 좌절했을때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재수를 권한 것도 엄마였다.

살면서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이런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자란 것에 나는 어떤 것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행복과 감사함을 느낀다.

고3 그 철없던 수시 시절이 늘상 생각나, 입사해서 처음 받은 보너스를 1원도 빼먹지않고 전액을 입금해드렸다. 엄마는 금액에도 기뻐하셨지만 (ㅋㅋ) 자식이 입사하여 첫 보너스 그대로를 선물하였다는 것에 흐뭇해하셨다.

혹시 수시와 수능을 망친 수험생이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그런 친구가 있다면 내 글을 읽고 조금은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한두해 늦게 시작하는게 절대 늦은게 아님을, 지금 부모님의 허리를 휘게할지라도 나중에 취직해서 보너스 한방으로 지원서 비용을 갚아드릴 수 있음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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