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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ng khong May 25. 2022

다이어트 8

오늘의 필라테스

벌써 3번이나 빠졌다.

더이상은 안된다.

하는 마음에 나는 필라테스 수업에 나갔다.


매주 수요일 저녁 1시간 하는 수업이건만

격주로 나가니 선생님 보기가 부끄러웠다.

엑스가 3개 그어진 출석부에 얼른 동그라미를 그려넣고

짐볼을 가져와 매트에 앉았다.


어쩜 다들 저리도 아름다운가.

물론 몇몇은 나와 엇비슷해서 동지의식이 생겨나기도 했지만......(감사합니다. 동료들이여)


특히나 군살이라곤 1그람도 없는  선생님의 몸은 언제보아도 눈이 부셨다. 나도 저런 몸이 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아마도 20키로는 넘게 빼야겠지.

차라리 다시 태어나는게 빠르겠다.


오기전의 그 귀찮음과 두려움만 극복하고 어떻게든 이 무거운 몸뚱이를 질질 끌어 매트위에 앉혀놓으면 운동을 하긴 한다.

안할수가 없는게 멍때리고 있으면 선생님이 나비처럼 소리없이 사뿐사뿐 날아와 친절히 손수 자세를 고쳐주시기때문에.


거울속에 비쳐지는 내 몸이 낯설면서 싫다.

언제 이렇게 되었지.

이렇게까지는 심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노력하면 될꺼야.


안되는 몸을 이리저리 굴리고 늘리고 뻗어본다.

시계를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세 자꾸만 시계에 눈이 간다. 어찌어찌 하다보면 땀이 조금씩 베어나오고 아이고 힘들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다 때려치우자 할때쯤 수업이 끝났다.


그리고 밀려오는 거대한 흐뭇함의 파도.

껄껄 웃으며 온몸으로 맞는다.

비록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내 몸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구나.

그러니 내 몸아, 나를 도와 우리 이 끝날것 같지 않을

지겹고도 지겨운 다이어트의 길을 같이 손 꼬옥 잡고 걷자구나.


역류성 식도염도 족저근막염도 허리 디스크도 함께 이겨냈으니 못할것이 무어냐.


함께 하자, 우리.


다음주도 꼭 오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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