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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류 Apr 25. 2024

바차타 그 치명적인 매력 속으로

어떤 결심

브라이언쌤 : 오류님, 이번에 공연하시는 건가요? 로분들이 부족해서 정 안되면 도우미 투입하려고요.
오류 : 로가 부족해요?
브라이언쌤 : 네.
오류 :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잘 따라갈 수 있을까요? ㅠㅠ, 솔직히 수업도 잘 못 나가고 패턴도 하나도 못 외워서 공연할 자신이 없어요.
브라이언쌤 : '열심히 하시면 안 되는 건 없죠.'


때는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시간은 오후 1시 25분, 크리스마스 3일 전. 바차타 한곡 완성반 브라이언쌤에게 개인 톡이 도착했다. 이 날 난 인천에 사는 기재형과 점심 약속 때문에 내려와 있었다. 눈앞에는 영롱한 소갈비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곱게 익어가는 중이었다. 소갈비에서 잠시 눈을 거두고 브라이언쌤과 카톡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어떤 결심이 섰다. 그리고 기재형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오류 : 형, 점심은 다음에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춤 연습하러 가야겠어요.
기재형 : 지금?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냐.
오류 : 미안해요, 형. 제가 다음에 밥 살게요.
기재형 : 춤이 그렇게 좋으면 나중에 쿠바 한 번 같이 가자.
오류 : 네~


살사바에서 우연히 멋지게 춤을 추는 한 남성을 발견하곤 다짜고짜 가서 물었다. 혹시 수업 안 하시냐고. 그 남성이 바로 브라이언쌤이었다. 키가 190cm는 되어 보이고 수려한 외모의 남성은 큰 키가 무색할 정도로 춤선이 대단히 고왔다. 마침 곧 수업이 열릴 예정이라며 내게 수업 신청을 권했고 난 무턱대고 바차타 수업을 신청했다. 


난생처음 해보는 동작들. 대부분 남자인 내가 하기엔 다소 민망한 동작이었다. 특히 '웨이브.' 파도를 타는 듯 상체와 하체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여야 하는 동작들이 대부분인 바차타는 내게 머나먼 별똥별처럼 다가왔다. 머리 두건 뒤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수업은 한마디로 '넘사벽'이었다. 따라가는 것, 아니 흉내 내는 것도 힘들었다. 그냥 해보고 싶어서 신청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또 수업을 듣긴 했지만 따로 연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6주의 수업은 끝났다. 그리고 수업 이후 공연 여부는 당연히 안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그런데, 아무런 가망이 없는 내게 브라이언쌤 카톡을 보낸 것이다. 브라이언쌤의 한마디는 내게 소갈비를 포기할 정도의 강렬한 어떤 것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열심히'와 '노력'이면 된다니, 갑자기 없던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결심하기까진 얼마의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음식점 계단을 내려오면서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다. 다행히 택시는 금세 잡혔다. 택시비는 4만 원이 나왔다. 소갈비를 포기하고 연습실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3분. 그렇게 덜컥 공연반에 합류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생각지도 않고서. 앞으로 어떤 우연이 내게 펼쳐질지 나조차도 모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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