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스트럭터를 만난 날
오류 : 선생님,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
발레티노 : 아, 저 발렌티노라고 해요. ^^
2024년 4월 24일, 5년의 시간이 흐린 어느 날, 눈앞에서 멋들어지게 춤추는 모습을 누군가를 보게 된다. 보다가 반해버려서 그분께 찾아가 닉네임을 물었다. 그리고 닉네임을 메모장에 기입했다. 거기엔 내가 본, 직접 목격한 춤을 잘 추는 남자들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또 한 명 추가다. 비로소 5명이 되었다.
그의 닉네임은 발렌티노였다. 잠시뒤, 현재 내가 춤을 배우고 있는 이소쌤에게 발렌티노쌤이 홀딩 신청을 하는 게 아닌가. 횡재다. 한 번 더 눈앞에서 멋진 춤을 볼 수 있으니 이게 횡재가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이소쌤이 홀딩 승낙을 하며 메인 플로어로 나갈 때 물었다. 영상 찍어도 되냐고. 그럼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마트폰 비디오를 켜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평생 소장용 비디오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다.
발렌티노쌤의 키는 180cm가 조금 넘어 보였다. 상의는 검은색 나이키 티셔츠를 입었고 하의는 문안한 청바지, 무릎 부분이 찢어진, 신발은 나이키 하얀색 운동화를 착용했다. 머리는 파마를 한 것인지 반 곱슬인지 모르지만 깔끔하고 단정하게 위로 말아 올렸다. 오른쪽 팔뚝 아래에 라틴어로 보이는 문자 문신이 있다.
음악에 깔맞춤 한 무브,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된 듯한 동작, 가벼운 스텝(주로 발끝은 세운 토우 자세), 리드할 때 적당한 텐션, 예측을 벗어나는 첵(브레이크) 동작. 춤을 재밌게 추기 위한 점프 동작까지. 정말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발렌티노쌤이었다.
"느낌이 어땠어요?"
1곡을 마치고 들어온 이소쌤에게 또 물었다. 느낌이 어땠냐고. 이소쌤 왈. 바차타를 출 때 숨이 차본 적이 거의 없는 게 발렌티노 쌤은 숨을 차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유는 한 시도 쉬지 않고 들어오는 리드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예측을 벗어난 패턴들이 많아서 춤출 때 항상 긴장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소쌤을 통해 한 가지를 더 알게 되었다.
그는 글로벌 '인스트럭터'였다. 현재 오사카에서 주로 활동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춤꾼을 오늘 영전한 것이다.
오사카. 대한민국으로 따지면 부산 사람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 자유분방한 곳. 서서마시는 술집이 많은 곳, 유니버설 재팬이 있는 곳. 갑자기 그와 함께 오사카로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소쌤이 그랬다. 올해 같이 가요. 오사카에서 페스티벌 있을 때. '아싸'.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글로벌하게 놀 때가 내게도 온 것인가. 오사카 페스티벌을 위해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발렌티노쌤이 춤추는 모습에 넋이 빠져있다가 어느새 보니따 살사바 막곡(마지막 곡) 타임이 되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기는 그를 쫓아가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며 얼마 전 출간한 <<인생은 살사처럼>> 책을 선물로 안겨드렸다. 그는 감사인사와 함께 다음에 오사카 놀러 오라고 했다.
오사카에 갈 명분이 생겼다.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진다. 이제 글로벌하게 놀 때가 됐다. 바차타를 시작한 지 5년이나 흘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