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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젠틀리 Oct 30. 2024

품격의 일격

김문정 음악감독과 이시목 배우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쇼츠를 올려보던 어느 나른한 주말 오후, 날 멈춰 세운 광경이 있었으니... 갑의 입장인 유명인이 자신과 함께 일하는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교류하는지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이었다.


카메라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어린 팬텀 역을 맡은 세 명의 아역 배우들이 연습한 내용을 점검받는 시간을 비추고 있었다.  평소 엄격하기로 유명한 김문정 감독 앞 긴장감이 맴도는 공간에서 어린 배우 한 명이 자신의 파트를 완창 했다. 감독의 반응은?



"중간에 왜 작게 불렀어?"라는 물음.


순간 "네?"라고 당황한 목소리로 되묻거나

"더 크게 부르겠습니다!"라고 패기 있게 대답하는 방법도 있겠다.

그러나 이 어린 배우의 대답은 예상밖이었다.


당황하지 않고 웃음을 띤 얼굴로 차분하게

"아 그렇게 들리셨어요?"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맞다, 하늘 같은 연륜이 느껴지는 감독님 앞이라 해서 항상 그의 평가를 빛의 속도로 바로 수긍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아역 배우의 반응은 대체로 순응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왔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구나 이마를 탁! 치는 배움의 순간이기도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문정 감독을 당황시킨 아역 배우의 이름은 이시목. 2010년 출생으로 프로그램 출연 당시 12세로 소개되었다. 누군가는 이런 대처능력을 보고 천성이다 타고난 재능이다라고 축 처진 어깨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학자들은 말한다. 습관은 타고난 천성보다 10배나 힘이 세다고.


본능적으로 드는 생각이 나에게 힘이 되는 생각이 아닐 때는 힘이 되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연습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나를 살리는 생각 습관이 될 테다. '소심하게 태어난 나는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생각보다 '타고나지 않은 것도 배우고 익힐 수 있어.'라는 생각의 손을 들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위사람들을 잘 배려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타고난 성향도 그랬을 테고 주변의 그런 평가가 나를 더 주변 사람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며 그들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도록 독려했겠지.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내 의견보다 앞세워 정답으로 채택했고 누군가가 날 오해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서 설득하고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누가 뭐라든지, 내 인생의 처음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장면도 빠짐없이 보고 알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한 명뿐이다. 오직 내가 나의 서사를 빠짐없이 온전히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나 스스로에게 더 친절해지고 그 누구의 의견보다 내 판단을 소중하게 기울여 신뢰해 주려고 한다.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과  동의할 수 없는 순간에 '꼭 너의 동의가 필요하진 않아.'라고 품격있는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용기가 멋진 팀을 이루어 너와 함께하고 싶다고 속삭인다.




You don't have to prove yourself to anyone.
그 누구에게든 당신을 증명하지 않아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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