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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Feb 14. 2024

마른 화분에 물 주듯 사랑해 라고 한다.

너무 많으면 뿌리가 상하고 너무 적으면 티가 안 나고


마른 화분에 물 주듯 사랑해 라고 한다.


1

어려서 ‘사랑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아니 전혀 없다. 부모님은 ‘사랑해’라는 말을 익히지 못했고 우리에게 사랑한단 말을 하지 않았으니 나도 아이에게 ‘사랑해’라고 해준 적이 거의, 이건 거의 없는 것 같다.


2

엄마와 통화를 하며 일주일에 한 번은 전화 끝에 “사랑해 엄마”라고 한다. 이 말이 어색해서 하는 나도 듣는 엄마도 닭살이 돋는 느낌이다. 엄마는, 가끔은 “사랑해 아들” 하고 대부분은 “나도!”라고 하고 전화를 끊는다.


3

아버지에게 이 말을 한 적은 없다. 내가 이 말이 입에 닿기 전에 세상을 떠나셨으니. 지금은 아쉽다. 많이 할 수 있었는데. 그랬다면 조금은 더 편안하게 말년을 보내셨을지도 모른다. 아니 뭐 이 말은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에게도 거의 하지 못한 것 같네.


4

마른 화분에 물 주듯 사랑해 엄마라고 한다. 갑자기 너무 많이 줘도 뿌리가 상하고 너무 적게 주면 준 티가 안 나는 것처럼. 그 말로 엄마가 좀 더 건강하게 오래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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