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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OB Kim Feb 16. 2019

그래도, 퇴사하지는 않겠습니다.

직장인에서 성장형 사장님으로 거듭나기-1

1. Trigger


나랑 가게 한번 해보지 않을래?
오, 그거 재밌겠는데?


작년 12월 즈음, 이 짧은 대화로 인해 나는 지금 예비 자영업자의 가시밭길을 길을 걷고 있다.


당시 나는 현 직장, 기존 사업장 운영, 개발 프리랜서의 3가지 일을 하고 있었으니 가게를 운영한다고 하면 무려 4잡이 되는 것이었다. 사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현 상황과 미래를 걱정하며 '안 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후회한 적이 있었기에.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이 가져오는 예측 가능한 미래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인 결정으로 인해 파생되는 기회와 알 수 없는 긍정적인 효과들을 경험해본 나로서는 조금 더 재미있어 보이는 친구의 제안에 한 표를 던지기로 했다.


내가 같이 하자고 해둔 친구가 있어, 한번 만나서 얘기해보자


이 친구, 그냥 술 먹다 던진 말이 아니고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과연 이 어처구니없는 제안에 응한 그 친구는 또 어떤 캐릭터일지 궁금해하며 다 같이 한번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모두 직장인이고 시간이 없다. 직장인에게 주말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불가침의 시간이다. 나 또한 주말엔 밀린 집안일과 취미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처음 제안한 친구(이하 '찰리')와 토요일 저녁 풋살을 한게임 하고 그 친구를 보기로 했다. 무려 밤 12시에.


자정에 다다라 찰리와 함께 차를 타고 2번째 친구(이하 'TG')의 집에 가는 길에 배가 너무 고팠다. 


야, 우리 짬뽕이나 시켜먹을래?
콜, 집주소 불러봐.


이렇게 나는 생전 보지도 못한 TG의 집에 배달의 민족으로 짬뽕을 시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찰리'와 'TG'그리고 '나'는 같은 민족이구나 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었다.


TG에 집에 도착하자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짬뽕이 도착했다. 일단 먹고 보자. 허겁지겁 짬뽕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가게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는 목적의식은 그 순간 보이지 않았다. 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거지 뭐. 


그래서, 뭘 해보겠다는 거야?


내가 물었다. 사실, 난 같이 하겠다고 할 때도 뭘 할 것 인지 자세히 물어보지 않았다. 무엇을 하더라도 내가 시스템을 만들고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돌리는 것에 목적과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하더라도 이 친구와 함께라면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에게 찰리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의미다. 내가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누구와 하느냐이다. 몇 번의 사업 경험으로 인해(아직 애송이 수준이지만) 어느 정도 프로세스와 위기감 정도는 알아챌 수 있다고 생각하여 무엇을 하더라도 잘할 자신은 있다.(이런 생각으로 버틴다.) 문제는 누구와 하느냐이다. 나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기때문에 함께할 동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직원을 써보고, 파트너십을 맺어가며 일을 해봐도 가장 어려웠던 것이 사람을 대하는 것이었기에 쉽사리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지 못했다.


찰리는 이런 면에서 굉장히 뛰어난 친구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뿐더러 그 사람들이 단순한 인맥보다는 찰리에 대해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이 친구가 발산하는 긍정적인 기운과 모습들이 관계들을 이끌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가까우면서도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이런 면면들을 봐왔었고 언젠간 새로운 것을 같이하면 찰리와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찰나에 먼저 제안이 온 것이다. 이건 리스크라기보다 기회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와인바를 할 건데...


를 시작으로 수많은 얘기가 오갔다. 요즘 핫한 을지로의 와인바에서 만난 찰리와 TG는 그 공간에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우리가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2. 그래도, 퇴사는 하지 말자


우리는 공통적으로 B+ 의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괜찮은 대학과 직장을 통해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에서의 삶은 우리가 생각한 모습과 조금은 달랐다. 야근, 회식, 위계적 구조 등등. 그렇지만 그것을 문제 삼아 불평불만을 가지고 직장을 다니진 않는다. 또한 내 한 몸 희생해서 조직을 바꿀 만큼 원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사회 속에서 좋은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하루하루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A급, A+급 직장인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켜가며 직장과 일상에서의 균형을 추구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시민'일 수 있고, 흔히 말하는 '중간만 가자' 주의 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 그런 직장인들의 Potential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역량과 야망(?)-[뭔가 하고자 하는 의지, 열정 정도록 해석]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Fit) 일을 했을 때의 추진력과 성과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사고(思考)로 인해 개인적인 발전과 조직의 발전이 함께 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느꼈기에. 단순히 이런 경험이 경험한 부분에서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파생적으로 그 사람의 삶 자체에 영향을 주기에 오히려 직장에서의 태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처음 회사에 출근할 때 "이제는 정말 마음 잡고 한 가지 일만 해야지!" 했던 다짐이 6개월 정도 적응기간 후 바뀌어 3잡을 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에게 직장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선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월급'을 주고 있다는 게 크다.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딴짓을 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핵심역량이라는 것은 굶어가며 바닥부터 일을 해본 경험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퇴사는 하지 말기로 했다. 아니 퇴사를 하게 된다면 이 일을 할 수 없다. 생계가 유지가 되어야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을 것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결론은 단순히 와인 파는 가게가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공간을 만들자,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와 같은 일반인, 직장인들이 '딴짓'을 생각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직장과 사회에서의 모습을 벗어놓고 편하게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도 해냈으니 당신들도 할 수 있다는 약간 Chillin 한 동기부여가 된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이런 공간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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