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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간호사 Jul 10. 2020

나는 다른 사람을 컨트롤할 수 없다.

지키지 않는 사람들

집 앞 버스 정류장, 줄을 서지 않은 채 눈은 핸드폰 화면에 고정시키고 내 앞을 서성거리는 저 사람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따지고 보면, 덕분에 내게 벌어질 만 한 상황이라고 해봤자 땡볕 아래에서 15분 정도 기다린 나보다 먼저 버스에 올라타는 걸 볼 때의 짜증스러운 정도?  정말 최악이래도 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자리를 선수치기당해 서서 출근을 하는 수준일텐데, 가슴 속 깊이 담겨 있었던 준법의식이 불현듯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 분께 여기 좀 보시라며, 모두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마디 슬쩍 해보고 싶다. 하지만 눈이라도 마주치면 모를까 차마 먼저 입을 뗄 마음까지 들지는 않는다. 손으로 벅벅 긁어댈 정도는 아니여도 살살 간지럽기 시작하는 모기자국 마냥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무심한 표정으로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은 채 음악 어플을 열었다. 


순간 매캐한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설마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자, 저 뒤의 어떤 아저씨가 옆으로 돌아서서 버스가 오진 않는지 순간 순간 체크하며 담배를 긴 호흡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곧 내뿜어질 담배연기의 유해성분은 피부로도 흡수된다던데, 얇은 옷 한 장 걸친 채 여기 서 있는 모두가 이에 너무 무방비하게 노출된 건 아닐까? 버스 정류장에서의 흡연은 금지되어 있다고 저기 표지판에도 또렷하게 적혀있는데 왜 굳이 여기서 저래야 하는 것인가, 역시 담배는 그마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해 지금 피지 않고서는 못배기게 만드는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여기 엄마와 함께 서 있는 꼬마들도 있는데 어쩜 다른 사람 생각은 하질 않는건지 뒷머리가 쭈뼛거리지만 이번에도 앞에 대놓고 담뱃불을 이만 꺼달라 말할 용기가 있는 건 아니였다. 아이 엄마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담담한 얼굴을 하고, 한 자리에 서있질 못하고 주변을 맴맴 도는 아이에게 건조한 목소리로 얌전히 있으라고 말할 뿐이였다. 


누군가의 신경은 전혀 거스르지 않을 이 평범한 아침풍경이 나의 맘속에는 미묘한 파도를 일으키며 출렁이기 시작한다. 

이런 예민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정의의 사도마냥 사소한 하나에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누구에게도 피해주고 싶지 않고, 나 역시 손해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일렁일렁거리며 몸 표면에 ‘예민함’이 촉수로 돋아난듯 주변을 감지하는 순간이.


사실 우리 모두는 본인만의 ‘예민한 구석’을 가지고 있을테다. 털털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조차 삶의 일정 주제에 관해서는 분명히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넓어져 일상으로 스며들면 사람은 피로해지게 마련이다. 언제고 보안관인 것 마냥 굴수는 없다.


더더군다나 출근도 전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이 예민함에 몰두하는데 사용되어진다면, 평소와 같은 일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 버릴지도 모른다. 이럴때에는 의식적으로라도 내 집중력을 흩뿌려 놓을 수 있는 무언갈 찾아주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곤 했다. 습관처럼 자주가는 쇼핑몰을 검색해 새로 업데이트된 옷이며 액세서리, 신발 따위들을 사지는 않더라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살짝 풀어지며 정화되는기분이다. 

만약 저 앞을 서성거리던 누군가의 새치기로 내 앞에서 버스좌석이 끊겨버려 한시간이 다 되는 거리를 서서 가야하더라도, 지금 신고 있는게 구두가 아닌 스니커즈임에 감사하는 생각을 흉내라도 내보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이롭더라. 다리가 아프고, 힘이 든다며 친구들에게 하소연하느라 덜컹거리는 차안에서 애써 카카오톡을 날리기 보다는, 회사에 도착하면 오늘은 어떤 생과일 쥬스로 메마른 하루에 달달함을 얹어볼지 고민하는 것이 마음단장에는 더 효과적이다.


나는 남을 컨트롤 할 수 없다. 소소한 스트레스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흔들거리는건 내 손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만을 위한 소소하지만 작은 루틴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매거진의 이전글 면접장에 함께 들어간 여섯명이 모두 같은 이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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