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민지 Sep 29. 2022

영어도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

영국 온라인 유학기

외고 출신.

토익 935점.

토플 89점.

IELTS 7.5


영어를 어느 정도 한다고 자신했다. 미드를 볼 때만 해도 대충 알아들었다. 그래서 영어로 수업 쯤은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과거의 나에게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고 싶다. 정신 차려. 실제로 영국인들이랑 대화해 봤어?


영국대학원을 선택한 건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인 친구가 같은 학교의 원어민 선생님과 같이 밥 먹는 자리에 나를 초대했다. 그녀는 영국인. 앞으로 굴러서 봐도 영국인. 오른쪽 귀가 난청인 내가 대충 흘려 들어도 발음 강한 영국인. 시니컬한 표정만 봐도 영국인. 그런 영국인에게 나는 유학을 가고 싶다는 말을 툭 던지게 됐다. 외국인만 보면 자꾸 그 말이 튀어나온 달까.


"Actually, I want to study abroad."

"You should come to England."


사실 나에게 유학은 무조건 미국이었다. 모르겠다. 영국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유학 = 미국' 이라는 공식 같은 게 있었다. 그런 나에게 그녀는 영국의 장점을 줄줄 읊었다.


첫째. 석사는 1년이다.

둘째. 의료비 걱정 안 해도 된다.

셋째. 총기 불법이다.


뭐야, 영국이 이런 나라였어? 해리포터 나라가?

나는 그녀의 말에 혹했다. '나 영어 좀 알아듣겠는데? 이 정도면 유학가도 되겠어!'

그리고 그 세가지는 이제껏 내가 걱정했던 미국 유학생활의 단점을 날려주는 느낌이었다.


첫째. 1년 = 비용절감

둘째. 의료비 = 비용절감

셋째. 총기 불법 = 안전


강심장이 아닌 나는 비용절감과 안전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영국 유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내 나이 서른. 모든 걸 다 때려치고 1년을 거기서 지낼 수 있을까? 내 돈은? 도대체 얼마가 필요한 걸까? 학교 위치는? 런던 물가가 장난이 아니라던데...!! 많은 불안한 생각들이 내 머리를 덮쳤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영국 대학의 석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한 후로는... 나는 온라인 석사생이 되었다.


그리고 화상으로 모이는 첫 날, 나 혼자 동양인 이었고 다들 영국인 또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한껏 기대하고 카메라를 켰는데 내가 드라마에서 듣던, 영국 친구가 했던 발음들이 하~~~~나도 안 들렸다. 멘. 붕. Literally. 그들은 현실 속에서는 발음을 짓이겼고, 대충 이야기했지만 그들은 또 다 알아들었다. 이게 바로 한국어로 웅얼거려도 그 의미를 찰떡같이 알아먹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나는 결국 그 한 시간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다가 끝이 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망. 했. 다.

영어 공부 다시 해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