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ugo Jun 24. 2022

5:13 AM, 새로운 목표를 떠올리다...

스치는 생각의 끝을 잡다 

새벽 5시가 되지도 않았을 무렵, 나는 눈을 떴다. 지난밤 오랜 친구와 기울인 술 한잔 덕분인지 모르지만 깊이 잤다는 느낌을 받았다. 3시에 눈을 떴다가 잠시 물 한잔을 마시고 잠을 청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난 것이다. 


브런치, 언젠가 글을 자주 써보겠다며 시작했지만 몇 번의 글을 끄적이고 방치된 채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브런치만 멈추어 있었을 뿐 내 시간은 여전히 바쁘게 흘렀다. 회사를 두 번이나 바꾸게 되었으며 그 사이 나는 둘이었다가 혼자가 되었으며 브런치의 초기에 끄적였던 내 허리 통증은 고질적이어서 그동안 커다란 개선은 없었고 결국 나는 2021년 11월 나누리 병원에서 4,5번 디스크 파열로 인한 '마미증후군'으로 응급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힘든 재활을 4개월 동안 해내야 했다. 초기에는 터진 4,5번의 디스크가 흘러내려서 왼쪽 다리의 신경을 눌렀으며 그 영향으로 왼쪽 일부 엉덩이는 여전히 감각이 둔하다. 다행스럽게도 초기에는 똥, 오줌을 가릴 수 없는 상태였으나 지금은 그런 문제는 없으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신체가 아직 건강하다는 점이 이토록 커다란 복이라고는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나는 남들보다 일찍 아파 본 것이 내게는 어쩌면 충분히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내는 중이다. 


"나를 위로하러 나온 고등학교 동창 친구"


지난밤,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5월 28일 내 아버지는 세상과 작별을 하였다. 부친상을 치르고 남은 문제를 가족들과 해결하느라 10일은 빛의 속도로 지나갔다. 친구는 이런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바쁜 시간을 내어준 것이다. 그는 출판사에서 15년 이상 일하고 있는 중견 간부이다. 내가 힘들 때면 책을 나누어 주기도 하는 고마운 친구이다. 그와 만남은 졸업한 후 한동안 모르고 지내다가 서울 어느 저자와의 만남에서 만나게 되어서 다시 친구로서의 연을 이어가고 있다. 


친구는 부친상을 당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 사당으로 와 주었다. 빈 속에 들어간 소주 한 잔은 시원하면서도 약간의 어지러움을 불러왔다.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것이다. 술을 그리 잘 마시는 타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마시는 타입도 아니다 보니까 도중에 물을 번갈아 마시면서 그의 위로를 받으며 얼었던 내 가슴은 서서히 녹아내렸다. 


친구는 내가 서울에 올라와서 어떤 파란만장한 여정을 거쳤는지를 가장 잘 헤아릴 줄 아는 친구이다. 이를테면 KBS 방송국을 계약직으로 들어가서 정규직 PD가 되고 대략 10년을 미디어 전문가로 일을 하다가 사표를 쓰고 홍대 어귀에서 카페를 하면서 와인도 팔고 직접 만든 타르트도 팔았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다시 7개월가량의 호주 어학연수, 귀국한 후에 이어진 로스쿨 도전의 기간 3년과 실패, 패기 있게 시작한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과 연이은 실패, 다시 미디어로 복귀해서 이어진 프로덕션 생활, 코로나로 인한 프로덕션의 어려움을 뒤로한 채 갑자기 받은 스카우트 제의, 하지만 그 제안은 최근 내 인생의 오점을 남길 만큼의 혹독한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다시 지금의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기에 이르기까지... 그는 나의 거의 모든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친구였다. 


"너는 결코 평범하지 않아!"      


술 몇 잔을 기울이다 보니 우리는 취기가 은근히 올라서 나의 부친 이야기에서 이내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둘이었다가 혼자가 된 나를 그는 걱정을 했다. 즉흥적이지만 그의 소개팅 제안도 있었다.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자신의 주변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을 보여주기도 했고 출판사 간부답게 세세한 묘사로 설명을 해주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가 갑작스레 내뱉은 말은 다름 아닌 "너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야..."라는 말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나라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불도저처럼 도전한다고 한다. 자신은 그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고 했다. 하는 일이 출판이다 보니까 내게 넌지시 조언을 해주었다. 잠시 후에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게 되었고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글을 다시 끄적이게 된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써보는 게 어때?"

사실 브런치는 오래전에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방치가 되고 있었다. 브런치를 써보라며 툭하고 던졌다면 아마도 나는 오늘 새벽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며 다시 방치를 하고 말았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이유는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인생의 스토리가 다른 이들에게는 어쩌면 미약하나마 약간의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는 일반적인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다. 일반적으로 부러워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감히 뛰쳐나와서 내가 원하는 다음의 길을 모색했으며, 매 순간 나는 부족한 내 능력을 채우기 위해서 나 보다 뛰어난 이를 만나서 부탁하기를,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니까. 난 그런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다. 


"책으로, 글로서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출판을 오래 한 친구의 조언은 여하튼 그랬다. 내가 지나온 인생이 모두가 쓸모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 내가 보낸 인생 여정은 녹녹지 않았음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 문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내가 무엇을 적어야 할지 잠시 의논을 해보았다. 물론 하룻밤에 모든 답을 구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여러 가지로 끄적여 보면서 우선 내 머릿속에 든 지난 시간을 복기하고 그러다 보면 도움이 될 만한 소재가 나올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아 보았다. 


그래서인지 친구와 헤어진 이후,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이른 새벽에 잠을 깨고 말았다. 다시 자려고 했으나 친구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내친김에 한 번이라도 끄적여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편의점 김밥과 작은 사이즈의 오뚜기 짬뽕으로 해장을 하고 노트북을 켰다. 


일단 적기로 했다. 묵은 브런치 계정을 다시 찾고 비밀번호를 찾고 이렇게  끄적이고 있다.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책은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있지만 글은 대단히 잘 쓰는 수준이 아님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떤 주제를 끄적이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초안을 만들어 본다는 생각으로 사회생활을 한 시점부터 기억이 나는 사건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덖어 나가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주제는 아래와 같다. 

1. 사회생활의 힘듦

2. 퇴사의 기준 

3. 새로운 도전들에 대한 복기와 성찰 

4. 마흔 중반의 두려움

5. 현재 나의 마음가짐, 일에 대한 생각 


이런 주제가 주를 이룰 것 같다. 사이사이에 취미였던 복싱에 대한 이야기, 대학에서 잠시 경험했던 겸임교수의 이야기나 디스크 수술을 하고 난 이후의 재활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주기적으로 생각이 흐르는 대로 끄적여 볼 요량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많은 격려를 해주셨으면 한다. 부족한 글이고 대단하지 않은 인생이지만 올해 연말까지 써볼 수 있는 데까지 끄적여 볼 각오를 하고 있으니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밤이 선생이고 밤은 나의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