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텍 Mar 12. 2020

당신은 자신의 감정과 친한가요?

마음 챙김

3월의 어느 날 봄 햇살을 맞으며 그 따뜻함으로 인해 내 몸속의 모든 기관들이 살며시 열리는 것을 느끼고 피부로 와 닿는 햇살의 촉감과 봄 냄새의 향긋함을 느끼며 지금 여기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현대사회에 보편화된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준 반면에 우리는 이 기술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높아졌고 단순한 삶이 아닌 오히려 더 복잡한 삶을 살게 됨으로 인해서 받는 스트레스는 더 높아져 갔다. 삶에 너무 쫓기면서 살아가는 우리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순간들은 버리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에 몰두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몸과 마음은 알아차릴 순간도 없이 점점 병들어 가고 있다. 

 


ㅣ나에게 찾아오는 손님 


명상을 하는 사람들 모두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알아차림(자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정한 순간에 나의 경험의 질이 어떠하든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나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어떠한 판단도 의식도 배제하고 나의 경험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지금 있는 그 자체로 알아차리는 것, 이를 강조하고 이것이 명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내가 이 말의 의미를 온전히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끼기에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은 초보 명상가이지만 최소한 이 명상을 배우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주변의 대상에 대한 나의 경험적인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한다. 여기서 잠깐 한숨을 돌리고 페르시아 시인인 루미의 유명한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인간이란 마치 여인숙과 같아 / 매일 아침 새 손님을 맞는다. / 기쁨, 우울, 비열함/ 그리고 순간적인 깨달음이 뜻밖의 손님처럼 찾아온다./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환대하라/ 설사 그들이 슬픔의 떼거리여서 / 그대의 집을 가구 하나 안 남기고/ 몽땅 쓸어버린다 해도/ 설령 그렇다 해도 한 분 한 분 정중히 모셔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수치심, 적개심/ 이분들을 문 앞에서 웃으며 맞고/ 집 안으로 극진히 모셔라/ 오는 손님은 누구에게든 감사하라/ 그들 하나하나에는 저 멀리서/ 그대의 길잡이로 파견된 분들이니까/ ” 


이 시는 감정과 친해지는 마음을 아름답게 표현한 유명한 '여인숙'이라는 시이다. 감정과 친해진다는 것이 약간은 엉뚱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나니 정말 멋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명상을 하는 것은 특히나 감정 관리에 능숙해지도록 만들어 준다.  감정 관리에 능숙해진다는 것은 더 이상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충동적으로 감정을 끌어내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는 의미이다. 사실상 우리는 충동적인 감정에 의해 모든 일을 그르칠 때가 많다. 그리고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더 민감한 법이다. 하루에 10가지의 좋은 일들 속에서 기쁨과 행복 즐거움이라는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다 단 한 번의 나쁜 일이 생기면 불쾌감과 혐오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온전히 남아 하루의 기분을 정의하게 된다. 수치로 본다면 10가지의 좋은 감정이 한 가지의 나쁜 감정보다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억은 그 한 가지의 나쁜 감정이 더 지배적이다. 결국 이러한 사고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가지의 불만족으로 인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데 행복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감성지능의 강화라는 내용의 글을 읽으면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대게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는 화법을 쓴다. 예를 들어 보통은 “나는 화가 났다”라고 말하지 “나는 화가 나는 감정을 느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실 어떤 사건에 대해 화가 나는 감정을 경험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나와 화가 났다는 것이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감정은 결국 몸에서 경험하는 생리적인 현상일 뿐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이 감정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감상한 ‘여인숙’이라는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얼마나 멋있는지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어떤 사건에 대해 화가 나는 감정을 경험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나와 화가 났다는 것이 동일한 것은 아니다.



ㅣ'감성지능'을 훈련시키기


<감성지능>의 저술자인 대니얼 골먼은 ”감성 능력이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학습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특히나 이 학습되는 능력의 흥미로운 사례는 "크리스마스 캐럴"에 나오는 스크루지 이야기를 통해서 쉽게 설명된다. 알다시피 스크루지는 많은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색하고 스스로 감성적 만족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해 지능이 아주 낮고, 대인관계 지능도 낮아 사람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 이런 스크루지가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모습들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해 능력과 공감 능력이 계발이 되고 이웃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회성까지 계발이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즉 초반에는 감성지능이 아주 낮았지만 학습이 되어 후반에는 이 감성지능이 아주 높아지는 사례를 보여 준 것이다. 결국 스크루지는 감성능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성지능 훈련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의 저자인 차이 멩탄은 감성지능 훈련은 주의력 훈련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 주의력 훈련은 고요하고 맑은 마음을 갖게 하는 강하고 안정적인 것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이루어진 예리한 주의력이 감성지능의 토대가 된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동일시되지 않으며 지금 느끼는 감정을 명료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를 통해 감성지능이 훈련이 되고 이 과정을 위해서 당연히 요구 시 되는 것이 주의력 훈련이며 이 주의력을 훈련시키는 방법이 소위 “마음 챙김 명상”이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마음 챙김 명상을 통해 판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게 되고 이러한 훈련을 통해 주의력이 훈련이 되며 이 예리한 주의력으로 결국 감성지능이 훈련이 되면서 우리는 더 많이 행복에 집중하고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앞에서 언급했던 한 가지의 부정적인 감정이 10가지의 긍정적인 감정을 없애고 근심, 걱정, 불쾌감, 혐오감 등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며 충동적인 감정으로 인해서 실수하여 후회하는 일은 없게 된다는 것이다.  



ㅣ내가 나이기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


결국 이것이 우리가 필연적으로 마음 챙김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이며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명상을 배우는 과정에서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이 당연하여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일 처리하는데 급급한 나를 알게 되고 봄날의 햇살을 오롯이 느끼기 못하는 나를 돌아보며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나를 반성해 보았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인지해 보지 못하던 나의 몸의 느낌에 대해 집중해 보는 유익한 시간들 속에서 원래 존재했었던 것들을 긴 시간 동안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로 살았다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은 예리한 주의력으로 현재에 집중하면서 더 많이 알아차릴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참고도서 :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명상 by 존 카밧진/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by 차이 맹탄 / 감성지능 by 대니얼 골드먼

작가의 이전글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