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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한 Dec 30. 2022

과연 나는 직장인이 될 수 있을까

얼마 전 면접을 보러 간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규모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일을 배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당장이라도 입사를 할 수 있다고 덜컥 말해버렸다. 회사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고, 회사 내부의 이러저러한 사정과 사업 일자를 맞춰서 내년 3월 1일에 정식으로 입사할 수 있다는 답을 해줬다. 또 두 달간의 공백기가 생겼다.


이 공백기동안 나는 또 다른 회사를 찾아야 할 지, 아니면 2년이라는 백수생활을 하는 동안 하지 못했던 짧은 여행이라던가 휴식기를 가져야 할 지를 또 고민하고 있다. 사실,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시간에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나는 정말 결정과 우선순위를 내리는 것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하고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고민을 한 끝에 절충안을 찾아서 겨우 취업이 예정되긴 했지만 또 생겨버린 공백기동안 살짝 붕 뜬 기분이 들었다.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살았던 동네로 갔다. 내가 기억하는 동네의 모습과 새로 생긴 건물이나 바뀐 곳들이 번갈아가며 나타났고 그 속에서 편안함과 설렘이 느껴졌다. 지나간 시간만큼 동네가 바뀌었듯, 나도 지난 몇 년동안 조금씩 바뀌며 나만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이제서야 백수로 지냈던 시간도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슬퍼하고 좌절하고 화를 내다가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던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비록 내가 원했던만큼 규모가 크거나 복지가 좋은 회사는 아니지만,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니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었다.


이 맘때 쯤이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치열하지 못했던 순간, 쪽팔렸던 순간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자책하곤 했다. 그럴수록 나의 연말은 초라해졌고 내가 보낸 시간들은 무의미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깊어지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게으름과 쪽팔림에 교훈을 담은 이름을 붙여주기로 한다. 앞으로는 좀 더 열심히 살고 부끄럽지 않은 순간을 많이 만들어 보겠노라고 다짐도 해본다. 매 순간 완벽하고 치열할 수는 없겠지만 노력했던 날들이 모여 일 년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니 남은 2022년도 소중해진다.



다가오는 2023년은 부디 직장인일 수 있길, 그래서 직장인으로서의 성장과 애환을 담은 글을 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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