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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10. 2024

60/100 나의 멜랑꼴리아

살아도 된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나는 살아도 될까? 바보 같은 질문을 잔뜩 품고 있었지. 왜 인지 모르지만 저절로 드는 생각을 내가 막기는 어려운 노릇이었다. 사실 그 질문은 살맛이 안 난다는 다른 말이었겠지. 그러나 그때는 내가 살아도 되느냐라고 궁금했었기 때문에 별 수 없다. 어쨌든 당시의 나는 살아도 되는 이유를 내내 찾아다녔다. 연명하듯이 말이다. 오늘은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오늘은 친척이 놀러 와서, 오늘은 책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말이다. 반면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걱정을 하곤 했다. 살아갈 이유가 떨어지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살아갈 이유를 눈에 불을 켜고 찾기 시작했다. 살아갈 이유 노트 : 오늘은 서랍을 비워서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피부가 건조해서 촉촉하게 수분크림을 발랐다. 오늘은 조카가 보고 싶어서 찾아갔다. 오늘은 커피가 맛이 있었다. 오늘은 창틀의 먼지를 말끔히 닦아 냈다. 오늘은 주머니에서 만원이 나왔어.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나름 기발한 자구책이며 유용한 처방 같았다. 행복의 역치를 낮추기. 끓는점을 낮추기 등등이다. 뭐든 웃을 거리를 찾아서 꼬투리 잡고 늘어졌더니 제법 밝은 사람이 되었다. 개그욕심도 늘었다. 그랬더니 살아야 할 이유가 너무 쌓여가더라. 야금야금 일용할 양식이 되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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