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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15. 2024

65/100 나의 멜랑꼴리아

별의 목소리

신카이 마코토의 별의 목소리를 한동안 열심히 읽었다. 희망차고 풍요로운 미래가 아닌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절실함이 가득한 상상의 미래 세상을 담았다.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잔인했달까? 지구에서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다가가면서도 담담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여자아이의 애틋함은 절절하다. 그러나 인재로 차출되어 우주로 끌려가서 남자친구와 통신할 수 있는 수단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뿐이다. 연료도 한정적이라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해서 우주선 영상통화는 업무 용도로 한정된다. 인생을 걸고도 열악한 대우를 견디는 이유는 지구에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이겠지. 소녀는 그 문자마저도 몇 광년 떨어진 웜홀을 통과한 뒤에야 전송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8년 후 성인이 된 소년은 소녀의 문자를 받은 후 그녀를 만나러 간다. 오늘 장황하게 이 이야기를 읊고 있는 이유는 그냥 내가 참 인상 깊게 봐서 공유하고 싶은 것도 있다. 또한 내 인생도 사실은 우주여행을 하는 열악한 상황으로 상상해 보곤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가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면서 우울감과 싸우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 상상해 보는 거야. 내가 화성에 파견된 연구원이었다가 지구로 돌아와 사소한 것 모든 것에 감격하며 땅에 입을 맞추는 거지. 신선한 공기, 멋대로 부는 비바람, 내 다리를 스치는 풀벌레 등등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사람 많은 곳이 너무 싫어했지만 화성에서의 적막과 고독을 겪고 난 뒤 싸우는 소리도 아름답다고. 넘치는 스팸메시지를 지겨워하기보다, 절전 모드로 몇 글자 보내는 것도 감지덕지였던 그 상황보다 낫다고. 세상에 어떤 힘든 사람도 지구를 떠난 사람들 보다는 마음이 편하다고. 물론 내가 우주를 누비는 개척자들과 과학자들의 그릇이 아니라서 하는 상상이다. 누군가에겐 우주는 도전이고 꿈이며 행복이겠지. 다만 나는 그 픽션 속에 나를 대입했을 때, 나라면 지금이 더 행복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다스렸다. 별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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