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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Jul 08. 2024

101/200 나의 멜랑꼴리아  

또 당했다.

 지난날부터 일관되게 이어진 실수 하나를 반추한다. 무례한 자의 첫인상을 믿지 않고 간과한 것이 그것이다.  당하도록 그냥 내버려 둘 것을 그랬나. 같이 마신 커피 잔 수는 아무 의미 없구나. 이미 굳어져버린 당신 나이대의 오만은 극복하기 힘든 갑옷인가? 왜 그리 말로 얻어터지셨냐며 막상 귀 기울이다 보면, 답은 늘 자신에게 있더군. 몸에 밴 태도를 점검하지 않으면 마음을 얻기 힘들다. 기억하라. 지나친 낙관주의도 비관주의도 독임을. 그리고 해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함을. 비 오는 날 치고 자전거는 탈만해서 좋았다면 좋았던 브런치의 씁쓸함.


이 날의 기록은 이렇다. 하지만 더 자세히 쓰자면, 오만한 타인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찌끄린 내 감정의 배설물이다. 최대한 호의와 예의를 다 해 상대방을 대했는데, 그럴수록 오만한 반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 오만한 태도 때문에 오해를 샀는데 안타까워서 편을 들어줬는데, 되려 나한테도 그러더라. 아, 이 사람은 결코 쉽게 곁을 줘선 안되는구나. 자기가 나한테 잘못했다고 생각지도 못한 듯하다. 일전엔 고마웠다고 커피를 사주고 싶다며 당일에 당장 불러내질 않나, 다음 주로 미루자고 했는데 자기가 시간 맞을 때 나의 행선지에 찾아와 브런치를 멋대로 주문했다. 뭐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나도 피차 바빴다. 다만 그 이후에 긴장이 풀려 나의 일행과 나를 제외하는 대화를 하는데 그게 무례인 줄 몰랐나 보다. 일행은 그의 지인이기도 했고 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서 둘의 공통분모가 많았다. 그리고 내 말을 자르기 시작하는데,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이어갔지. 왜 이렇게 피곤하냐고. 그러면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굉장히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상대방의 눈을 보며 침묵으로 답했다. 나는 당신과 달리 위엄과 우아함을 지켜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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