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는 인류에게는 사라졌다. 송곳니라고 불리는 이빨이래 봤자 살짝 뾰족한 정도이고 손톱과 발톱은 둥글둥글하지. 그마저도 깎지 않는가. 하지만 정신적인 송곳니와 발톱은 절대로 무디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문명과 교양을 갖춘 모습을 지향한다고 해도 마찬가지. 오히려 송곳니의 날것의 느낌이 매력적이다. 최근 그 뾰족함에 대한 동경심이 생긴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멋진 액세서리보다 더 멋진걸? 이 시대의 필수템 같달까? 좀 우습나?
인사를 하면 밝지만 살짝 벽이 느껴지는 부류가 있는 데다. 내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뻤다. 마냥 휘둘리기만 하던 모습에 진저리가 나던 차에 말이다. 그리고 그 벽을 눈치채지 못한 자들에게서는 무례함이 뻗쳤지. 그럼 손절. 갑자기 당하는 무례함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날카롭게 하기도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만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자기애 수행자로서, 단단하지 못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이고 날것의 무기는 필요하다. 그러니 퇴화시키지 말자. 퇴행하지 말자. 내 송곳니와 발톱을 지켜내자. 진화에 누락을 시키기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