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폐지 줍기
나는 속된 말로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마음의 폐지를 줍고 다니는 기분이랄까. 풍성한 곳간에서 쉬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폐지를 줍는 것이 형벌도 잘못도 아니다. 다만 그냥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나는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최근에 골똘히 생각 중이다. 내 마음은 지붕이 없는 텃밭 같아서, 기분이라는 날씨에 좌우된다. 운 좋으면 풍작, 나쁘면 흉작이다. 일기예보도 그나마 없어서 늘 고민이다.
이런 전전긍긍한 마음은 타인에게 쉽게 들킨다. 그래서 많은 포식자들에게 상처를 받곤 했지. 마음의 빗장을 연 대가로 많은 비웃음을 샀을지도 모른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서, 인간관계도 완벽하고 나의 마음도 멀쩡하길 바라는데도 번번이 예방에 실패한다. 긴장하고 선 긋고 단호하기가 늘 쉽지가 않다. 그게 제일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걸 쉽게 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애초에 그러지를 않더라. 신경을 안 쓰더라. 외부의 요소에 반응하기에는 자신들의 내면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게으른 완벽주의자로서 잘 살아가려면 내부를 가꾸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