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창살 111, 절교의 코드
111을 보면 바코드가 생각난다. 번호가 딱 매겨진 창살 같지. 나는 잣대가 매우 엄격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그 잣대가 전부다 나의 감옥 창살이 되었다. 남도 나도 서로를 가두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창살이 있다. 우리는 서로를 고립시키고 낭비하며 썩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나는 관대하지 못한 나의 어떤 면 때문에 사소한 민폐에 곤두서고 화가 난다. 사소하게 넘겨야 하는 부분을 부르르 떨며 나를 우습게 봐서 그렇다고 하는 것이다. 나의 자격지심을 상대방이 건든 지도 모른 채 몹시 미움받고 배척받는다. 내가 거리 두는 것을 눈치챌 무렵, 나는 아예 다른 섬으로 가서 건너오지 못하게 한다. 예전에는 절교 선언을 했었다. 그로 인해 느끼는 피로감 보다 해방감에 집중했었지. 지금은 그러라고 해도 못하겠다. 피로감도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감옥살이다. 절교로 인한 단절은 우선 나를 향한 감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내게는 그 습관이 남아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약하고 회복되지 못한 부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심코 밟은 금을 넘는 순간 나는 짐승이 되어서 쪼아대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사람이지만 내 안의 짐승은 우리에서 울부짖고 있는 것이지. 사실 최근에도 그 부분 때문에 개인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조용한 손절을 시도했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인사를 한 상대방에게 멋쩍게 바라봄으로써 확 식어버린 인사를 건네었지. 그래도 잘 참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