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200 나의 멜랑꼴리아
미워하기 싫어 떠나다
'그렇게까지 멀어져야 했어?'
라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곁에 있으면 혼란하고 질문투성이가 되는걸? 저 인간은 대체 왜 저러는가? 이렇게 말이지'
'네가 불편할까 봐 그렇지.'
'걱정 마. 지인으로서 관계를 이어가며 미워하기보다 멀어짐으로써 미워하지 않아서 내 마음이 편한걸.'
그렇게 결론이 난 이웃이 있다. 늘 비슷한 계기로 비슷하게 멀어지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들을 미워하고 싶지 않다. 장점도 많다. 단점이 나를 못 견디게 해서지만. 그러나 역시 사랑하고 아끼지는 못할망정 미워하지는 말아야 하니 나름 나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저 멀찌감치서 인사할 정도만 된다면 그걸로 만족이 아닐까? 내 마음의 정원에는 아무나 함부로 들일 수 없다. 300평짜리 정원일지라도 출입제한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나는 초대장 명단을 수시로 점검할 것이다. 꼼꼼하게. 그리고 세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