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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수 Jan 26. 2018

아이콘: [RETURN]

드디어 찾은 듯한 아이콘만의 방향성

아티스트: 아이콘 (iKON)

앨범: RETURN

발매일: 2018. 01. 25

소개: 지난 싱글 [NEW KIDS : BEGIN]이 한국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후 약 8개월 만에 발매하는 아이콘의 새 작업물이자 약 2년 만의 정규 앨범.


아이콘은 데뷔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그룹이었다. 그룹의 리더 비아이는 차세대 지드래곤으로 홍보되었고, 바비는 <SHOW ME THE MONEY 3>에서 놀랄만한 활약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일반 대중에게까지 이름을 알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룹의 가장 알려진 얼굴 둘 모두 래퍼라는 점과 그룹의 노래를 작사/작곡하는 비아이 본인이 추구하는 색깔 자체도 힙합의 그것인 사실은 아이콘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일반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강한 힙합 색으로 칠했다. 


첫 정규 앨범 [WELCOME BACK]에서도 이러한 색은 나타났다. "왜 또"와 타이틀 곡 "덤앤더머"는 락과 힙합 기반이었고, "리듬 타"와 "이리오너라"는 강한 힙합 곡들이었다. 이 때문인지 아이튠즈와 벅스를 포함한 다수의 음원 사이트는 이 앨범의 장르를 랩/힙합으로 분류했다. 다만 이러한 아이콘의 방향성이 부정적인 효과를 낳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빅뱅 이후 YG의 첫 보이그룹이자 아이콘의 형제 그룹인 위너와 대조적인 사운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이콘에게 특별한 색과 만족스러운 성적을 안겼다.


아이콘의 다음 컴백은 [NEW KIDS : BEGIN]이라는 싱글을 통해서였다. 그동안 해외 활동에 전념했던 터라 오랜만의 국내 컴백이었기에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더블 타이틀이었음에도 단 하나의 곡도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지 못하며 허무하게 내려갔다. 당연히 아이콘의 실망스러운 성적은 이슈가 되었다. 한 기사는 음원 차트에서 부진한 아이콘을 가리켜 YG의 돌연변이라고도 칭했다.


아이콘의 부진에 여러 이유가 거론되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노래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번에도 작사/작곡에 참여한 비아이는 "왜 또"보다는 "리듬 타" 같이 정통적인 힙합 사운드를 기반으로 "BLING BLING"과 "벌떼"를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두 노래의 색깔이 아이콘과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강렬한 비트는 비아이와 바비 두 래퍼에게는 좋은 놀이터가 되었지만 당연하게도 나머지 멤버들, 즉 보컬들에게는 전혀 맞지 않았다. 보컬 개개인의 특성이 강한 힙합 비트와 맞지 않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였다. 대표적으로 그룹의 메인 보컬 중 한 명인 김진환의 얇은 목소리는 강하게 울리는 베이스 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다. 그나마 어울리는 보컬 사운드는 구준회가 가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비아이가 작곡 한 두 곡에 잘 어울리는 느낌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아이콘이 이번에 성공스러운 컴백을 하기 위해서는 강한 힙합 색깔을 버리고 그동안의 결과물 중 래퍼들 뿐만 아니라 보컬들에게도 어울리는 노래를 참고해야 했다. 그리고 비아이가 택한 색깔은 "취향저격"의 그것. 사실 이러한 선택은 당연하다. [WELCOME BACK]의 타이틀 곡은 "덤앤더머"였지만 정작 가장 큰 성공과 관심을 받은 곡은 "취향저격"이었고, 부드러운 멜로디 속에서 감수성 있는 랩과 대체로 높고 얇은 목소리로 구성되어 있는 그룹의 보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는 점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아이는 "취향저격"의 색깔을 바탕으로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사랑을 했다"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앨범의 전체적인 트랙 리스트를 봐도 비아이 솔로곡인 "돗대"와 아이콘의 시작을 알렸던 "시노시작" 정도를 제외하면 "BLING BLING" 같은 과도한 힙합곡이 없다. 전체적으로 과도하게 들어갔던 힘을 빼고 아이콘이라는 그룹의 보컬 성향을 잘 살린 앨범인 것이다. 


"취향저격" 외에 비아이가 색깔을 참고한 곡은 "AIRPLANE"이다. 특히 "나쁜놈" 같은 곡에서 이 점이 드러나는데, "취향저격"이나 "사랑을 했다"보다는 더 잔잔한 사운드가 기반이 되지만 랩과 구준회의 보컬로 노래의 매력을 살리는 구성이 아이콘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아이콘의 색깔이 정통 힙합이 아닌 랩과 보컬의 조화에서 나오는 감수성이라는 것을 비아이가 깨달은 것일까.


종합적으로 평가하면 이번 앨범 [RETURN]은 지난 싱글에서 다소 방황했던 아이콘만의 색깔을 잘 살리는 앨범이다. "덤앤더머"나 "왜 또" 같이 락 사운드를 사용한 곡의 부재는 아쉽지만 감성적인 트랙 리스트 사이에서 "시노시작" 같은 아이콘만의 힙합 곡을 가미해 앨범의 사운드를 풍부하게 한 점도 만족스럽다. 가장 추천하고픈 곡은 마지막 트랙 "LONG TIME NO SEE"다. <MIX AND MATCH>에서 서바이벌을 치르면서 이미 선보였던 곡을 데뷔 후 아이콘만의 색깔로 편곡해 데뷔까지 힘들었고 험난했던 감성을 애절하고 간절하게 표현한 이 곡은 정통 힙합보다는 감성적인 노래가 그룹에 더 어울린다는 점을 잘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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