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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Mar 11. 2024

편지프로젝트의 시작

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2년이 지났다.


나는 종종 엄마를 생각했고 엄마에게 미처 묻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나보다 앞서 중년을, 노년을 지나면서 무엇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엄마가 떠나고도 삶은 계속되었다. 이따금 사람들의 안부인사가 온기를 주었고 때로는 사소한 일상을 묻는 문자가 순간순간을 버티어 내는데  한몫을 했다. 특히나 내게 큰 울림을 주었던 것은 나보다 많은 시간을 산 여성들이 나에게 건네주었던 말들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아마도 그들이 나와 같은 순간들을 겪고 또 지나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차분하고도 강단 있는 자신만의 목소리.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며 대화 자체를 열어두는, 그렇게 상대의 길이 있음을 헤아리고 격려하는 따뜻함. 무엇보다도 같은 여성으로서 중년을 거쳐 노년을 지나며 앞선 길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에게 받은 따뜻함에 감사하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묻지 못했던 것들을 그들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궁금해졌다. 그들이 앞서 지나온 시간들에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까. 그들은 무엇에 힘들었는지 혹은 슬펐는지 또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그 와중에도 가장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들은 어떤 순간들이었는지.  


처음에는 막연했던 질문은 점차 구체적으로 변하더니 어느 날 문득 그들에게 묻고 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마음을 먹게 되었다. 삶이라는 지리멸렬한 상대에 맞서 때로는 견디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받아들이며 지나온 순간들을 그리고 그 와중에도 여전히 지키고 기꺼이 나누는 따뜻함을, 그 우아한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들이 내게 울림을 주었듯 글을 읽는 다른 이들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금 더 폭넓게 삶을 관조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전하는 다양한 삶의 장면들을 통해서 고민의 실마리를 얻고 영감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이들에게도 이들의 온기가 가닿아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것이야말로 내가 예술을 통해서 얻었던 그리고 내가 예술을 통해서 이루고 싶었던 무엇이었다. 그렇게 이 편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눈 덮인 길 속에서 ©김문성, 202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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