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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May 22. 2024

내 나이의 여성들, 우리는 강력한 목소리가 될 수 있지

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세 사람에게 연락했다. 메신저로, 통화로. 당신들의 목소리에 감사했었노라고 그리고 당신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고 그래서 질문과 답을 이어가는 편지를 주고받고 또 그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노라고.


가장 먼저 답변을 준 사람은 사빈Sabine이었다.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메신저를 통해서 이따금 장문의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나는 그녀의 아들 토마스Thomas를 장기간의 동남아 여행에서 만나 알게 되었고 그가 독일로 돌아가고 나서 메신저로 부탁을 받아 골라주었던 선물에 감사하고, 안부를 궁금해하는 그녀의 인사를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감사인사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정성스럽게 적어 내려 간 한 문장 한 문장에 나 역시 정성을 들여 답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 계절이 지나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토마스와의 연락은 끊어졌지만 오히려 사빈과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고 각자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안부인사가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전하며 나의 일상을 묻는 그 문장들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그녀가 보낸 문장들을 읽고 있노라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차분하고도 담담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 자신의 경험을 속에서만 전할 수 있는 공감과 배려 그리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 나는 이것들을 모아 하나로 사랑이라 칭하고 싶다- 진심이 다른 언어, 메신저라는 한계를 넘어서도 전해졌다. 바로 그것이 그녀에게 연락한 까닭이었다.  


친애하는 Moon에게*
너의 이야기들과 예술적 아이디어에, 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 주어 감사하다.
너의 아이디어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 나이의 은퇴를 임박한 여성들은 많은 것을 제공하고 많은 것을 말할 수 있지; 우리는 전 세계에 강력한 목소리가 될 수 있다.
Moon, 우리는 직접적이고 개인적으로 서로를 알지 못하지만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상호 메시지는 서로에 대한 공감과 존중으로 가득하다. 네가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그리고 너를 믿고, 기꺼이 네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고 싶고 궁금하다.
내가 기술적으로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을지 (사진, 소셜 미디어, 정확한 번역), 우리는 지켜봐야 할 거다. 그럴 때는 도움을 얻어볼 것이다. 나는 항상 너의 아이디어, 프로젝트, 그리고 너의 일상생활에서 얻는 영감에 놀라움을 느낀다.
요즘 나는 성탄절과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고, 이것을 평화롭고 조용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즐기고 있다. 나는 종종 내가 아직 일하고 있었을 때 어떻게 모든 것을 관리했는지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지금이 정말로 좋다!
친절한 안부인사를 보내며, 사빈Sabine


편지를 받자마자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의 제안을 받아주었다는 것도 그리고 그 제안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해 준 것도 기뻤지만 가장 기뻤던 것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온 선배여성으로서 이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끼고 또 자신의 경험을 나누어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곧바로 답장을 썼다. 너무나 감사하고 또 기쁘다고 이제 어떤 것들을 물을지 정리하고 또 공유하겠다고.

S그러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때 시작한 질문 정리는 시작하기까지는 겨울이 지나고 봄이 한창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물을지, 나의 질문만으로 이어나갈지 다른 이들의 질문들까지도 담는 것이 좋을지 질문을 적어 내려 가다가 고민에 빠졌고 꼬리에 꼬리를 문 고민들 속에 길을 잃은 채 연말연시를 맞았다. 또 바쁘게 일과를 보내고 지난해의 일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일들을 맞으면서 자꾸만 질문들을 뒤로 미뤄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사빈은 차분하고도 평온하게 나의 질문을 기다려 주었다.

봄을 전하는 목소리 ©️ 김문성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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