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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Aug 28. 2023

무라카미 하루키식 일상의 예술화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읽고

네이버 블로그명을 처음 지을 때, 나는 '일상의 예술화'라는 말로 소개글을 적었다. 말의 요지는 즉슨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도 글로서(예술로서) 승화시키겠다는 뜻이었는데, 그 바람이 잘 이루어진지는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나의 꿈이었던 일상의 예술화를 그 누구보다 잘 실현한 책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의 창시자답게 그는 소소하고 작은 행복들을 과하게 예찬하지 않으면서도 있는 그대로 묘사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1994년 봄부터 1995년 가을까지 잡지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부제로는 글쓰는 틈새에 고양이와 마라톤 그리고 여행을 즐긴다인데, 책의 부제와 본문이 이토록 적절할 수 없다. 케임브리지에서 2년간 체류하는 동안 그가 겪었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식의 유머가 있어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만드는 구간이 존재한다. 쉽게 읽히고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결코 내용의 깊이가 얇지는 않다. 하루키가 작가라는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덤덤하지만 때로는 웃프게도 담았으며, 그의 이야기는 후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로 확장된다.


어찌 보면 진정 에세이는 이런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홀로 생각해 오던 일상에서의 어떤 사유를 공감하게 하는 것. 그렇게 공감함으로써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 그러면서 외로움이 사라진다는 점 말이다. 더불어 시중에 나온 수많은 에세이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식 에세이가 유달리 특별하게도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가진 고유한 문체가 도드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법이 웃픈 것이 글에서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러니까 하루키의 에세이는 하루키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읽고 나면 감정적인 동요는 없다만 어떤 풍요로운 감상으로 메꿔진다. 그것이 하루키의 힘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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