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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유 Oct 29. 2023

<오래 준비해온 대답>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사유

에세이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김영하가 시칠리아로 10년 여행을 떠난 집필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의 개정증보판이다. 여행에서 돌아온지가 오랜 세월이 지났고 심지어 당시의 여행기가 출판된 10년이 지났음에도 개정증보판으로 책이 다시 나온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주로 현재의 순간과 감상을 그리는 어떤 여행기들과는 달리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오랜 유적지들로 하여금 과거를 회상하고 그현재를 살펴보는 남자의 일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에 돌아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여, 여행기가 빛바래질 일은 없었다. 김영하가 40대에 하던 고민은 현재의 3,40대가 하는 고민과 별다를 바가 없었고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여행하며 역사를 함께 설명하고 있기에 단순히 개인적인 감상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하작가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시스템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시칠리아의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홀로 오토바이를 빌려 산꼭대기를 올라가보기도 하고, 현지인들은 만류하는데도 아내와 함께 굳이 기차로 이동한다. 흔히들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예를 들면 마초적인 남자들과 여유있는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해산물 등은 관광지가 아닌 사람이 적은 소도시에 있었다. 상업화로 이루어진, 머무는 이보다 머물다가 가는 이가 더 많은 관광지가 잃어버린 것들을 소도시에는 여전히 갖고 있었다. 소도시에 사는 나로서는 공감이 갔기에, 근교의 고요하면서도 여유로운 것들은 굳이 시칠리아에 가보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었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은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의 감상보다는 지역의 오래된 역사가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 여행기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보았다는 여행기보다는 조금 더 교양면에 가까운 면모를 보인다. 책 말미에 김영하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사유한다. 잃어버린 것들을 기억하는 마음, 또 흘러가는 마음에 대한 각자에게 마친 채. 나 역시 잃어버린 것들을 더이상 잃지 않기 위하여 오늘도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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