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선산>은 예고편을 통해 공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몹시 한국적인 소재를 등장시켜 의도치 않게 받게 된 선산을 둘러싼 한 여자의 이야기가 무속신앙과 융합되었기 때문이다. 막상 그 실체를 열고 보니 <선산>은 오컬트영화를 꿈꾸었던 연상호 감독의 또 다른 <정이>였다. 로보캅을 꿈꾸었지만 막상 만들고만 것이 AI로봇이 된 엄마였던 것처럼.
<선산>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왕래도 없던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주인공은 선산을 물려받게 게된다. 그러나 작은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이복동생이라 밝히는 한 남자가 찾아와 깽판을 부리기 시작하고 심지어 바람피운 남편이 자신도 선산에 자격이 있다며 으름장마저 놓는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산인 인 '선산'은 가족을 묶어주는 연대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명절다툼의 어김없이 등장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한 선산을 주제로 삼은 데다가 예고편에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복동생이 무속신앙을 믿는 것처럼 보인다. 전통과 무속신앙의 만남은 또 다른 개봉예정영화 <파묘>와 함께 거론되며 기대감을 모았다.
<선산>을 잘 만든 오컬트무비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할 것이고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은 스릴러영화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반즈음은 끄덕일 것 같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넷플릭스 신작 <선산>은 장대한 오컬트로 시작하여 미비하게 반전영화로 마무리된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인하여 계속 시리즈를 넘기게 만드는 장점이 있으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다 보니 가면 갈수록 전개가 산만해진다. 특히나 마지막 반전은 주제의식을 통과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기이하게 꼬아냈기에 찝찝함을 남긴다. 꼭 그 선택이었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영화의 감상이 가득 찬다.
이복동생의 등장과 함께 무속신앙과 연관된 것처럼 여러 복선들을 던져놓지만 결말에서 복기해 본다면 그저 속임수일 뿐 개연성이 맞지 않는다. <정이>에서도 용두사미로 끝낸 연상호의 한계가 <선산>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채 여실히 드러난다. 여러 가지 복선들이 점선과도 같다가 결말을 통해 직선이 되는 것이 아닌, 뒤통수 맞는 듯한 반전은 소름대신 얼얼함만을 남길뿐이다. 드라마의 시작이 꽤나 괜찮았으므로 오히려 반전보다는 한 가지 장르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 작품이 그렇다고 하여 지루하다거나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시리즈를 멈출 수 없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주인공의 결코 이해되지 않는 행동, 결말과 함께 사라져 버린 복선, 뒤틀린 주제의식, 조연들에게 분배된 불필요한 서사가 거슬릴 뿐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갑자기 꼬마열차로 갈아탄 것과 같다고 말하면, 이 드라마의 감상을 잘 표현했다고 해도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