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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할 수 있어.'

Don't Pass Over The Pass of the Basics 3

by Chris


하루가 지나 무릎 내측을 만져보니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었다. 전방 십자인대 수술과 뜯어진 내측 측부 인대를 다듬은 게 재작년 12월쯤이었으니, 거의 1년 만이었다. '무슨 AS 보증 기간도 아니고 1년이 지나고 이렇게 된다고?’ 황당할 노릇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관리를 위해 꾸준히 운동과 재활, 그리고 스트레칭을 병행해 오다가 최근 들어 한동안 운동을 쉬고 있던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스텝을 정확히 밟지 않고 발을 비비며 트위스트를 해서 그런 건 아닐까? 혹은, 추운 날씨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채 춤을 춘 탓일까?’


모든 게 다 의심스러웠다. 뭐가 되었든, 나는 아프고, 아프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중에서도 서글픈 건, 나이 핑계를 대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떠올리게 된다는 점이었다.


아침마다 다니던 연습실 일정을 취소했다.


‘라인 댄스를 외우고 연습하는 게 하루의 낙이었는데….’


뭔가 허전함이 밀려왔다. 빠지지 않고 가던 수요일 정모도 포기했다. 적어도 토요일 수업 전까지 다리 상태를 관리해야만 했다.


‘무엇을 해야만 할까?’


연습실에 가지 않으니, 아침 시간이 텅 비었다. 계획에 없던 시간인지라,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무엇을 해야 하지? 재활 겸 다시 운동할까? 아니면 방 청소를 할까? 아니야, 글을 다시 써 볼까? 영어 공부? 뭔가 꾸준히 하고 싶은데, 어떤 게 좋을까?’’


무엇을 하든,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 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삶에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있었다. 내게 기본은 삶에 의미가 되며 하면, 좋다고 여기는 것들을 꾸준히 하는 것을 말했다. 그걸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켜야 했다. 그리고 떠오른 게 있었다. 아니 오랫동안 미뤄둔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내 꿈....’


어느 새부턴가 잊고 있던, 아니 실은 모른 척하고 있던, 나의 꿈과 계획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이제는 40대. 어쩌면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해서 잡지도 놓지도 못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시 매일 글을 쓰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시 매일 언어 공부를 하자.

그리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도하고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할 수 있어. 어려운 게 아니야.’

내 마음 어딘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나는 스스로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30대를 살아오면서 내 삶 자체를 후회하진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시도하고 도전하는 걸 꺼리고 있던 것은 분명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문득 며칠 전 무심코 보았던 인터넷 쇼츠에서 한 연설자의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알게 된 그의 이름은 브라이언 트레이시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빈종이를 하나 꺼내서 다음 12개월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 10가지를 적으세요.
2년 후, 5년 후, 10년 후 목표는 상관하지 말고 그냥 다음 12개월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 10가지만 적으세요. 그리고 현재 시점으로 서술하세요.
나는 OO를 번다. 나는 OO를 이룬다. 나는 OOkg을 뺀다. 나는 OO차를 운전한다. 나는 OO를 갖고 있다.
이제 그 리스트를 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만약 나에게 ‘마법의 지팡이’가 있다면, 그리고 내가 24시간 안에 한 가지 목표라도 이룰 수 있다면, ‘어떤 목표가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
보통은 머릿속에 단번에 떠오를 거예요. 그리고 그 목표에 동그라미를 치세요.

이제 ‘그 목표’를 새로운 종이에 옮겨 적으세요.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단계를 따라 하세요.

① 목표적기
② 데드라인 설정하기
③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모든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기
④ 그 리스트를 다시 체크리스트로 정리하기
⑤ 행동하기
⑥ 마지막으로 작은 행동이라도 매일 하기

이 간단한 일을 따라만 해도 여러분은 모두 부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여러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 강연 中


평소라면 뻔한 ‘자기 계발서’의 한 구절로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그 말들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어쩌면 나는 지금껏 뭔가를 이루지 못해 웃음거리가 되는 게 두려운 나머지 목표조차 삼는 걸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무언가를 꾸준히 하긴 했지만, 지금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냥 기계처럼 시간을 채웠을 뿐이다.


‘두려워하지마. 너도 할 수 있어. 그러니 일단 해봐.’


또다시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도 알아.


‘정말, 할 수 있어.’


그래. 알겠어.


'정말이야. 할 수 있어.'


목소리는 점점 더 온화하고 힘이 있게 바뀌어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지만, 결국 어떤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말을 조용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는 내게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던 말이었다. 그저 인터넷 쇼츠에서나 수도 없이 접했던 문장들이었다. 마음마저 텅 비어, 유치하다는 감정조차 들지 않던 흔해 빠진 말이었다. ‘할 수 있다’는 그런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말이 어느새 따스한 온기를 띠기 시작하더니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선 조금은 다정한듯, 또 슬픈듯 지긋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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