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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 Oct 07. 2017

인도의 미식

인도의 음식인도에 와서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이곳은 아직 미식이랄게 발달하지 않은 곳이다. 일단 먹는게 중요한 단계다. 맛있는걸 찾아다닐 만큼 미식에 대한 개념도 문화도 없는 상태다. 물론 고급 식당과 고급 요리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수도 매우 한정적인 데다가 이게 정말 의미있게 잘 만든 음식인지 아니면 비싼 돈을 받기 위해 만든 음식인지는 헷갈릴때가 많다. 대부분은 음식 상태에 비해 훨씬 비싼 값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인도만큼 다양한 향신료를 쓰는 나라도 없다는걸 감안해 볼 때 절대 인도의 음식 수준이 떨어지는건 아니다. 얘네는 카레(인도카레는 커리라고 해야 하나) 하나를 만들어도 향신료를 기본으로 수십개는 넣어서 조리한다. 섭취하는 향신료 종류가 많다는 것은 맛을 그만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인도의 화덕은 어떤가. 의외로 인도에서 먹는 피자가 맛있는데 화덕이 좋어서다. 하지만 인도의 소스에 비해 식재료가 지나치게 부족하다.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번째는 당연히 종교다.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다른 모든 현대 사회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종교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서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안먹어 버릇해서 그런지, 품종 개량이 형편없는지 정말 맛이없다. 수많은 재료중에 고작 두 종류를 먹지 않는다고 식재료가 부족하다고 할수 있을까? 할 수 있는것 같다. 먹을 수 있는 고기가 몇가지 안되는게 그중에 가장 많이 먹는 두 종류의 고기를 안먹다니 말이 안된다. 돼지 고기를 잘 안먹으니 베이컨이나 소시지도 안먹는다. 먹어도 누린내가 펄펄나는 고기를 먹는다. 먹다 토할뻔. 이딴 재료를 섭취하니 점점 더 안먹게 되겠지. 이 문제는 인도의 보수층 어른들이 좀 힘이 약해지면 종교의 힘도 약해질 테니 나아지겠지만 단시간 내에 해결되진 않을거다. 하지만 좋게 보자면 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에 채식 메뉴가 매우 다양해 진다. 콩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 볼 수 있는, 혹은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창의성이 들이밀 여지가 많아진다. 이런 점에선 아주 단점이라고 할 수 는 없을것 같다. 그리고 다행인 점 중 하나는 돼지고기 소비량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소보단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나에겐 조금 희망찬 소식이다.


식재료 종류 부족의 두번째 이유로는 유통망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이 나라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시간 이동이 아주 힘들다. 시내 조차도 도로 정비가 엉망인데 도시간은 당연히 더 엉망이겠지.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니 도시간 식재료 이동도 당연히 힘들다. 이 크나큰 인도의 내륙 한가운데에 있는 델리에서 생선을 먹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먹을 수 있다손 쳐도 되게 비싸고 이게 신선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신선하지 않다고 보는게 정확할 거다. 신선한 재료 확보가 힘들면 당연히 좋은 음식을 만들기 어렵다. 남인도에서 나는 망고가 세계에서도 품질 좋기로 알아준다는데 정작 델리에선 보기도 어렵다.

이러니 미식가들이 생길 토양자체가 없는 형편이다. 희망이 있다면 모디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인프라에 아주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어딜가나 도로를 공사하고 있다. 철도도 새로 놓고 있다고 한다. 빠른 놈으로. 유통망이 확보되고 도시간 식재료 이동이 활발해 진다면 인도의 음식 시장이 얼마나 발전할지 상상도 안된다. 인도는 큰 나라고 남북으로 긴 나라다. 열대부터 추운 고산시대까지 기후가 다양하고 그만큼 다양한 식재료가 있다. 이들이 한데모인다고 생각해 보자.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사람들은 할 수 있으면 한다. 못해서 안하는 거다. 발전이 덜 되서건 정부의 규제가 있어서건 못하면 안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할 수 있게 된다면? 인도의 음식 시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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