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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소 Jul 17. 2024

일 잘하는 기획자란 뭘까?

IT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한다는 것

IT 업계의 기획자는, PM(프로덕트 매니저)라고도 불리는, 다른 직무보다도 성과 측정의 기준이 다양하고 까다롭다. 기획자가 성과를 낸다는 것,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것은 무엇일까? 영업 직무라면 매출이 성과 지표가 된다. 개발자라면 요구사항에 맞춰 개발이 제대로 가능한지가 그 사람의 실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IT 업계에서 품질관리를 하는 QA라면 제품이 런칭하고 이슈가 없으면 된다. 말 그대로 영업 잘하고, 개발 잘하고, 품질 관리 제대로 하면 잘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기획자로서 잘한다는 건 무엇인가?


기획자로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결국 평가자의 불안감을 줄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자란 동료가 될 수도 있고, 내 위 리더나 헤드가 될 수도 있겠다. 각각의 평가자는 자신이 가진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는 기획자를 잘한다고 평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개발자라면 어떤 기획자를 잘한다고 생각할까? 기획 요구사항이 명확한 것을 좋아할 것이다. 기획자가 애매모호한 기획을 가져다줄수록 개발자는 업무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명확하지 않은 기획은 커뮤니케이션에 낭비되는 시간을 늘리고, 개발을 지연시킨다. 


어떤 개발자들은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획을 던져주는 걸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라도 자신이 개발하고 싶은 방향과 맞는 기획이라면 굳이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즉, 기획자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개발자를 설득하던지 아니면 잘 조율해서 그들이 개발할 맛이 나게끔 기획을 던져줘야 한다. 다만 기획자와 개발자가 동의하는 회사 제품의 방향성이 있어야 이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정말 생각이 다른 기획자와 개발자가 억지로 서로를 설득하면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적어도 우리 제품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 일치되어야 한다. 우리 제품은 매출을 올리는 게 최우선이다. 또는 우리 제품은 고객 편의성이 우선이다. 이런 식으로 먼저 방향성에 대한 합의가 되었다면 다른 부분에 대한 합의도 용이할 것이다. 


당신이 외주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고통스럽겠지만 당장 외주를 맡긴 고객만 만족시키면 끝나는 게 아니다. 프리랜서나 사장이 아니라면 고객뿐만 아니라 내 윗사람도 만족할만한 일처리가 필요하다. 고객은 자신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구현되는 게 최우선이지만, 내 윗사람들은 기간 내에 완성도 있는 제품을 전달하는 게 우선이다. 내 윗사람들은 제품이 기간 내에 완성될지 항상 불안해할 것이다. 최대한 자주 현재 완성도를 보고해야 한다. IT 제품은 사실 완성도를 수치화해서 표현하기 어렵다. 수치는 적당히 지어내서 자주 보고해라. 실제 프로젝트와는 약간의 오차가 있는 것은 상관없다. 주기적인 보고를 통해 윗사람들을 안심시켜 줄수록 일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윗사람들은 내 성과에 대해 직접적인 평가자가 된다. 경력이 낮을수록 윗사람들은 당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된다. 이럴 때에는 일의 모든 분기점과 과정, 결정사항에 대해 지겨울 정도로 보고해 주는 것이 답이다. 윗사람은 내가 공유를 해 놓은 것에 대해 공유된 순간에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나중에 완성되고 나서야 맘에 안 든다고 할 명분이 없어진다. 아직 주니어 레벨의 기획자라면 최대한 자주 보고하는 것이 일을 잘한다는 것과 사실상 같은 말이 될 수 있다.


기획자가 일 잘하기란 쉽지 않다. 기획자는 고객이 사용하기 좋은 제품,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문제는 그것이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요구사항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안됩니다, 무작정 이렇게 해주세요, 기간 내에 이만큼 해주세요 등등.. 기획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는 요구사항이 여기저기서 밀려온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하나의 해결 방법은 없다. 각각의 기획자가 가진 스타일마다 또는 회사 분위기마다 다를 수 있다. 내 목소리가 파워가 있다면 내 논리와 데이터를 강화해서 밀어 부칠 수도 있다. 그냥 위에서 하라는 대로 충실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 내 생각엔 이런 스트레스 상황을 제대로 이겨내는 기획자라면 그것이 제일 일을 잘하는 기획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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