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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샨 Apr 08. 2024

가득 움켜쥐고 싶은 마음

연애를 다시 시작했다. 그동안 못한 걸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하고 식이 조절을 한다. 전화 중국어도 다시 하고 있고 틈틈이 책을 읽는다. 친구들을 만나고 독서 모임에 간다. 그 많은 것들을 하면 밤이 된다. 누군가 봤을 땐 부지런해 보일 수 있다. 하루의 기분과 건강을 위해 이것들을 수행한다. 하지만 사실 매일이 불안하다. 모두 현상 유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 가장 중요한 회사, 일에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회사에서는 그렇게 이익을 따지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도 상관없는 팀원인다. 받는 만큼만 일하자는, 아니. 부끄럽지만 받는 만큼 하고 있는지도 확신이 안 서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회사를 다닌다. 회사 밖의 내 생활이 진짜인 것처럼 살고자 한다. 


작년 이 일을 하면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충만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매일되는 야근에 불행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분야로 옮겨야겠다 결심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분명 이 일을 할 수 없고 이 회사에 있을 수 없을텐데 앞으로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게 너무 많은데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때는 냉큼 도망가버렸다. 변화가 두렵고 도전이 어려운 마음을 하루의 루틴에 숨겨 버렸다. '어떻게 밥벌이를 할지'의 고민은 취업 후에도 끊임없이 날 괴롭힌다. 이 일이, 직장이 내 몸과 마음을 악화시킬 것을 알지만 끊어낼 수 없다. 직장이 사라지면 평범한 사람답게 살 수 없을 것 같아 두렵다. 지금 하고 있는 운동, 공부, 연애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모두 돈에서 나온다. 이런 류의 생각이 뿌리 깊게 심어져 두려움은 산처럼 커진다. 


해 보고 싶은 게 많다. 하고 싶은 게 많다. 되고 싶은 게 많다. 가능성은 결코 무궁무진하지 않다. 가지고 있는 것을 잃더라도 도전하고 싶은 열정은 없다. 결국 마음뿐인 것들이 외부를 유영한다. "아 이제부터 써야죠 자소서.. ", "앞으로 해야죠. 좋아하는 일을..", "이건 내 진짜 인생이 아닌걸요.." 언저리의 말들. 말뿐인 말들이 흩어진다.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 같은데 속이 텅 빈 것 같아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회피하고 있어서겠죠. 하지만 전 어느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돈도, 명예도, 일상도, 충만한 마음도, 원하는 체형도, 사람도 모두요. 그래서 모든 걸 움켜쥐고 싶은데 텅 비어 있어요. 가지고 싶은 게 너무 많고 몇 가지는 가졌지만 그건 진짜 내 삶이 아니에요. 더 있어야 해요. 핵심적인 무언가가요. 뻔뻔하기 짝이 없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저 앉아 있다. 움켜쥔 게 아무것도 없을 때는 무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움켜쥔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느끼니 아쉽고 아깝고 미련이 남는다. 어떤 모습이든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정답을 가지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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