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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ningHa Apr 18. 2019

육아맘의 우아한듯 우아하지 않은 아침 식사

ep02. 육아맘도 아침 식사합니다


Q“아침에 보통 식사를 어떻게 하시나요?”
A“대부분 엄마들이 그렇지만, 아이들 챙기고 그러면 정신 없어서 글쎄요...애들 먹다가 남은 것 좀 먹거나, 대충 꺼내서 먹거나사실 저 먹자고 차려 먹기는 좀 그렇더라구요”
 
Q“그럼, 점심은 보통 식사를 어떻게 하시나요?”
A“큰애 유치원 등원하고 돌아오다가 카페에 들리거든요, 거기서 샌드위치 사서 와서 둘째 보면서 먹거나,  떡 그런거 먹어요, 아 가끔 엄마들하고 점심약속 있거든요? 나가서 먹는게 가장 즐거운 식사죠”
 
Q“주부님께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이신가요?”

A"큰애 등원 시키고 카페 들린다 했잖아요, 카푸치노 마실 때 제가 계피향을 좋아하는데, 카푸치노 한 모금 마실 때 너무 너무 행복해요”



작년,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를 인터뷰했을 때의 대화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인터뷰 내내 왜 엄마들은 본인을 위해 차려서 먹지 않지?였는데, 지금 내가 그 상황에 놓이니 이해가 충분히 되었다. 아이들 케어에 정신 없는 아침,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난 아침에 나를 위해 차릴 심리적 여유와 여력이 없는 것이다. 내가 차려서 먹고 치우는 시간 대신 잠시 쉴 수 있는 카페에서의 커피 한잔, 홈카페에서 내린 커피 한잔과 음악이 더 고플 것이기 때문이다. 
 
출산 후 아이로의 무게중심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 해결 또한 아이의 시간표에 맞춰 해결되었다. 100일도 되지 않은 아이를 돌보며 먹고, 자고, 씻고, 싸고 등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해결은 내 필요에 의해 움직일 수 없었다.
눈치껏 아이가 잠들었을 때, 아이가 잠깐 모빌을 보며 혼자 놀고 있는 타이밍에 맞춰 해결되었다. 화장실이 정말 급할 때는 아이에게 ‘잠깐만~좀만 기다려줘~’를 연실 이야기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산토끼' 노래를 수십 번 크게 부르면서 안심시키며 나의 볼일을 보아야 했다.


 내가 원할 때 먹고, 자고, 씻고, 싸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인내
 엄마라면 당연히 인내해야 하는 것인가?! 점점 불만에 가득 찼다. 불만이 최고조로 오를 때, 아이가 내 맘도 몰라주고 잠투정한다 울 때는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다그침을 하게 되었다. 그런 다그침 후에는 후회하며 스스로를 비난하기를 반복하였다.


 행복의 요소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바로 삶의 주도성이 내게 있는가?하는 점이다.   즉 지금 하는 일을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할 때 사람은 행복하다고 느낀다 
 -혜민스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중에서


아이가 잠든 아침, 이 문장을 보고 머리에 댕하는 울림이 울렸다. 
그랬다. 일을 할 때도 그랬다. 회사 가기 싫을 때 그 이유를 생각하면 가장 큰 것이 ‘일의 주도성’이 나에게 없을 때, 그저 주어진 데로 해야 할 때, 예상 못한 일에 휘둘릴 때 등이었다. 즉 주도성을 갖는 것이 삶에 대한 만족의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
 

나에게 필요한 육아의 주도성
아이의 시간표데로 움직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삶의 주도성 중 ‘육아의 주도성’이었다. "아이의 리듬에 따라가되, 나를 위한 틈과 리듬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 핸드폰에 메모를 하였다.
 

 그리고 난 우아하면서 우아하지 않은 테이블, 
나를 위한 한그릇 아침을 준비하였다

비록 애써 차리고 먹으려 할 때 꼭 아이가 깨어나거나, 혼자 잘 놀고 있다 가도 나를 부를 수 있음을, 그래서 제대로 먹지 못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꿋꿋하게 한 그릇 아침을 차린다. 아침을 차리는 그 틈새 시간을 내가 만든다는 주도성을 느끼기 때문이고, 내가 원해서 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틈새의 나만의 시간이었고, 충전의 시간이었다
뜯어보면 별 것 없는 단촐한 한 접시라도, 대충 먹는 느낌이 아닌 스스로를 대접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원해서 주도적으로 하는 식사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그러한 틈새 충전으로 아이에게 다그침이 아닌 좀 더 따듯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겉은 우아하지만, 그 속은 우아하지만은 않았다.
우아한 동작을 위해서는 수 많은 연습의 준비와 포기가 필요한 발레처럼, 우아한 엄마의 식사 같은 테이블을 위해서는 부지런함이 필요했다. 아이 리듬 속에 나를 위한 틈과 리듬을 채우기 위해서는 치열한 눈치와 그 타이밍에 부지런한 움직임이 필요했다. 더욱이 잘 차리고 잘 먹는 것 두가지를 한번에 성공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테이블은 우아하나, 먹는 모습은 절대 우아하지 않은 식사 시간이기도 하였다. 잘 차린 테이블을 찍은 샤방샤방한 인증샷 프레임 밖 의자에 앉아 먹는 나의 모습은 허겁지겁 먹는 절대 우아하지 않은 먹을 타이밍에 허기짐을 해결하는 한 엄마사람이었다.

@겉은 우아하지만, 그 속은 우아하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난 우아하면서 우아하지 않은 테이블을 차린다. 
나의 삶의 주도성을 위해서, 그로 인한 행복을 위해서, 또 그로 인한 아이와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말이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틈새 시간으로 오롯한 나를 잠시라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기꺼이 남들에게는보이지 않는 나만의 수면 아래 부지런한 헤엄을 쳐 본다. 그리고 가끔은 오롯한 쉼을 위해 테이블을 접기도 한다. 그렇다. '아이 챙기느라 엄마는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원래 그래'가 아닌 육아맘도 식사를 할 수 있다. 부단한 부지런함이 필요하지만, 점점 요령이 생기고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가끔은 나를 위한 테이블을 차리는 것, 육아 동지맘들에게 권하고 싶다. 육아맘이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아침 테이블을 차리는 것을 주변에 권하고 싶다. 쫓기는 시간이 아닌 나의 시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쁜 아침 그럴 시간이 없어라고 나 또한 생각했었지만,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단 5분이라도 나를 위한 테이블을 마주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일상에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에필로그
우아하면서 우아하지 않은 테이블 차리기 


예쁜 그릇에 음식 담기
여러 그릇을 사용하면 설거지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한 그릇만 준비한다. 한 그릇만 준비하기 때문에 평소 아껴서 쓰지 않던 예쁜 그릇을 꺼내 사용한다. 아무 접시에 놓기 보다 아끼는 접시에 음식을 올려 놓으니 빵 한 조각, 고구마 하나만 올려 놓는다 해도 차린 느낌이 든다.


조리는 간단하게, 번거로운 요리는 대체
가급적 조리는 간단한 굽기, 볶기로만 한다. 센불에 볶아서 먹거나, 계란 후라이의 간단함 정도만이 적당했다. 한번은 간단하다던 감자국을 끓여봤는데 조리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서 정작 먹을 때는 아이가 깨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재료 준비하고 조리하느라 힘이 빠져 버렸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국물 대신 평소 즐겨 마시는 다양한 차들로 대신한다. 충분히 목넘김이 좋고, 체온이 내려가 있는 아침의 속을 따스하게 해주고, 다양한 향과 맛이 음식과 잘 페어링이 된다. 샐러드에 사용하는 야채 같은 경우에는 미리 일주일 정도 먹을 분량을 손질해 둔다. 바로 꺼내서 올려 놓기만 하기 때문에 빠르고 쉽게 준비할 수 있다.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담기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돌볼 수 있으므로 조금씩 다양한 영양소를 한그릇에 담아 엄마의 건강을 챙긴다. 영양소 균형을 위해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위한 틈과 리듬을 위한 타이밍 캐칭
이 모든 차리는 과정은 최대 5분을 넘지 않게 한다. 차리는 시간은 최소화하고 먹는 시간을 최대화 늘리도록 노력한다.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깨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우걱우걱 막 씹어서 빨리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가급적 식사 시간을 늘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리듬을 잘 관찰해서 내가 주도적으로 먹을 수 있는 리듬의 타이밍을 빠르게 찾아야 한다. 리듬을 찾았다면 딴짓(SNS를 본다거나 카톡을 한다거나)을 하지 말고 바로 실행해야 한다.


한 장, 한 줄을 읽더라도 책 한 권을 옆에 둔다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나만의 시간이 부족한 육아맘에게 잠시 주어진 시간은 소중하기에 식사를 하면서 책 한줄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한다. 어른 사람과의 대화가 현저히 부족하고, 쓰는 언어가 매우 한정적인 육아맘에게 책을 곁에 두는 것은 꼭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를 위한 우아하면서 우아하지 않은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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