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K Sep 15. 2017

들국화 1집,「축복합니다」

‘비긴 어게인’ 마지막 버스킹 곡

음악이란 녀석은,

‘요물’ 같다.


운전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심장이 멈칫할 때,

길을 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익숙한 선율에 발걸음을 멈출 때,

지인이 보내준 추천목록 속에서 오래전 즐겨 불렀던 노래를 발견할 때,  


그 음악을 즐겨 듣던 그 시간, 그 장소, 함께 있던 이들이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며 나를 둘러싸고, 가슴 한 구석에 묵혀두었던 그리움의 조각들이 하나씩 일어나니까.    

 

때론, 까맣게 잊고 있던 순간이 새삼스럽게 생각나,      

뭉긋하게 올라오는 아련함에 한동안 말문이 막히고 명치끝이 저리기도 한다.

 

‘비긴 어게인’의 마지막 버스킹 곡이었던, 들국화(1집)의 ‘축복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hb1NDMwFLc                         

'비긴 어게인' 버스킹, '축복합니다'
오늘 이렇게 우리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당신의 앞길을 축복합니다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일들이
하나둘 눈앞을 스쳐 가는데
때로는 기쁨에 때로는 슬픔에
울음과 웃음으로 지나온 날들
이제는 모두가 지나버린 일들
우리에겐 앞으로의 밝은 날들뿐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에는
웃으며 서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다짐하며 오늘의 영광을
당신께 이 노래로 드립니다.


어리고 풋풋했던 그때, 내 생일 때마다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불러주었던 사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나직하게 읊조리며 노래하던 그의 눈빛과 목소리만 떠오를 뿐이지만,

     

아마도 여전히, 그곳에서 잘 살고 있겠지.     




사실, 그 당시엔 너무 어려서 잘 몰랐다.     


사람을 사랑할 때 앞뒤 재거나 계산 없이, 오직 ‘순수’와 ‘직진’만 있는 그의 해바라기 사랑방식이 그리 흔하지 않으며, 세월이 지날수록 그런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    

 

무엇보다도, ‘순도 100% 사랑’을 선물 받은 건 그에게 감사할 일이며, 내 그릇이 작았던 탓에 그의 사랑을 온전히 받을 수 없었던 건 미안해할 일이라는 것 또한.  

   

완전히 잊고 있었던, 아주 오래전 사랑받은 기억이 지금 내게 따끈한 위로가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건, 순전히 이 노래 덕분.     


노래 가사처럼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게 될 때,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도록

남은 나날들을 ‘제대로’ 살아내야겠다.  

   

더 이상 미안하지 않게

뒤늦은 감사인사라도 전할 수 있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해금(奚琴) 소리에 젖어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