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달프게 구슬프고 아련한..
보슬비 내리는 출근길.
운전 중엔 늘 켜놓는 Classic FM 93.1 MHz.
신호 대기 중이던 차 안,
멍한 눈길로 전방주시를 하던 그때
구슬프고 아련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
순간, 심장 밑바닥에서부터 울컥하며 차오르는 저릿함.
분명 잿빛 세상인데, 오묘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나를 감싸는 기분.
잠깐, '아쟁인가' 생각했다가
그 보다는 조금 더 맑으면서도 애닮프고,
구슬프지만 한층 더 아련한 소리.
'해금(奚琴)'이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해금 사랑.'
사무실에 올라오자마자 해금에 대한 자료와 음원을 찾아보고, 점심도 거른 채 해금연주에 푹 빠져있던 하루.
https://www.youtube.com/watch?v=EuSmZzLG1xI&list=RDEuSmZzLG1xI#t=49
지난번 '김광석, 다시' 앨범에 실린 '외사랑'에서 신날새의 해금연주를 언급했었지만, 이렇게까지 해금 연주가 내 안으로 깊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
흔히들 '심금을 울린다,' '속을 헤집는다, 파고든다'라고 하는데 내겐 진정, 해금소리가 그러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r383lFoR_8
잔잔한 해금 선율에 거하게 취한 저녁시간.
노래도, 연주도, 책도, 영화도,
그리고 사람도
그들과 나 사이, 깊은 인연이 닿는 '때'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상 속, 무심하게 스쳐지나 흘러가 버릴 수도 있지만,
그저 '좋다'는 느낌으로 가까이하던 중에
그 시간, 그 공간, 그 상황이라는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질 때
한순간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항상 곁에 있게 되는 인연.
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해금 연주회를 찾아가 온전히 그 선율에 젖어들고 싶은 마음.
벌써부터,
가을이 기다려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S1USDYw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