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Love의 모든 것
Prologue
인천 국제공항 출국심사장 앞.
열흘간의 한국여행을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
말없이 나를 꼭 끌어안은 그녀.
우리는 한동안 서로의 품에 심장을 묻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가슴 깊은 곳, 저 밑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던 뜨거운 그 무엇.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내 손이 그녀를 놓아주던 찰나,
결국, 눈물샘이 터졌다.
한동안, 그 무엇으로도, 그 어떤 일로도 눈물이 나지 않던 나였는데,
제대로 한방, 터진 느낌.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나들이를 다녔던 시간들.
이 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우리만의 시간을 공유'했던 때.
그 어떤 계산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자체로 좋은 사람.
내 시간을 다 내어주어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하루가 30시간쯤은 되어줬으면, 싶은 사람.
살아생전,
언제 또 이런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만추(晩秋), 경주여행
토요일 아침 서울역.
나의 절친들에게 대만에서 온 사랑스러운 친구를 소개하면서 시작된 경주 여행.
사람을 알아가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의 개념을 무색하게 하듯, 우리는 매우 빠르게 서로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서로를 알아가기 바빴던 우리.
그 안에 녹아든 우쿨렐레 선율과 노래, 친구들의 웃음소리.
누군가가 내게 '행복이 어떤 모습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때의 경주, 그 시간에 그들과 함께 한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불국사에서 셀피(selfie)를 찍으며 우리끼리 아이처럼 연신 깔깔대던 시간들.
눈길 닿는 곳 어디든, 아름답지 않은 데가 없었기에 그저 모든 순간이 경이롭고 감사했던 시간들.
살아있기에, 행복이란 걸 만끽할 수 있던 그때가
적어도 내겐,
올해 최고의 순간이 아니었을까.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으로 시린 손 끝에 사르르 온기가 돌던 때, 야경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로 향했다.
바람 없는 날, 휘영청 밝은 달이 우리를 비추고 시린 가을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을 때, 소나무 두 그루가 맑은 연못에 그대로 반영된다.
현실인 듯 아닌 듯, 그저 꿈만 같았던 순간.
첨성대를 나오던 길,
뒤에서 우릴 비추어 주던 밝고 환한 보름달.
덕분에, 정답고 따스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한가득 안은 채 게스트하우스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게하에서 맞이한 가을밤
대만 친구를 위해, 사전에 절친들과 함께 부를만한 노래를 선곡하고 우쿨렐레 반주를 연습하는 등 약간의 준비를 했던 우리.
어스름한 저녁, 이른 아침, 그리고 늦은 오후에도,
함께 모여 둘러앉은 순간마다 우쿨렐레 연주에 맞춰 흥얼거림으로 미소와 웃음, 마음을 나누었던 우리.
굳이 말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오고 가는 일상의 대화 속에, 화음을 넣고 음을 맞춰 노래하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위로하고 있었다.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서로가 공명하던 그 순간,
우리가 느낀 '행복의 온도'는 우리에게 가장 적절한 정도의 따뜻함이었기에,
아마도, 아주 오래도록
그 순간의 느낌을 잊을 순 없을 것 같다.
새벽녘까지 대만 친구와 속닥속닥 담소를 나눈 후 잠자리에 들었기에,
조금 늦은 조식 후, 쏟아지는 가을 햇살 아래 대릉원으로 향했다.
잎이 떨어진 나무에 조롱조롱 달려있던 빠알간 홍시.
푸른 하늘색과 대조되어, 늦가을의 정취를 더욱 고조시킨 그들.
대릉원에서 한참을 머물다 나와서 버스를 타고 남산으로 출발한 우리.
경주 역사를 꿰고 있는 절친 덕에, 대만 친구에게 조금 더 흥미롭고 다양한 한국의 면면을 전해줄 수 있어 뿌듯했던 시간.
'마애 석가여래 대불 좌상'은 상선암에서 가파른 길을 5분 정도 더 올라가야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 닿기 위해, 다소 숨이 차고 다리가 퍽퍽했지만, 너른 바위 위에 올라 서서 경주 시내를 조망하는 순간, 땀 흘려 올라온 보람이 느껴져 가슴 한켠이 뿌듯했었다.
가자, 부산으로!
아쉬운 마음을 한가득 안고 경주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 우린, 대만 친구의 다음 행선지인 부산으로 향했다.
해운대의 청명한 하늘빛,
그 아래 푸른 바다빛,
그 곁에 웃음꽃이 만발했던 우리.
세상에서 가장 말랑말랑하고 따끈따끈한 행복을 만끽하던 시간.
Epilogue
눈부신 가을 하늘
코 끝을 스치는 알싸한 바람
아릿하고 고소한 낙엽 내음
어깨를 감싸는 따스한 햇살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
내 곁에, 벗들의 웃음소리
만추(晩秋)의 끝자락,
찬란한 색의 향연에 초대받은 이
오색빛 단풍 아래
환한 미소가 한가득
깊은 울림을 전하는
그것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