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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Feb 04. 2018

네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더라

햇살 아래 어느 날

말없이 네가 떠난 날

속절없이 푸른 하늘빛에 눈이 아려

감은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심장에 박힌 돌이 생살에 덮일 때

말라버린 살갗에 빗물이 스밀 때

굳은 어깨가 통증으로 갈라질 때     


생명의 끝자락, 죽음의 언저리에서

희미하게 다가오던 빛

그 아래 어렴풋이 보이던 길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그 길 따라 내디딘 한 걸음

길 끝에서 만난, 낯선 행복 한 줄기   

  

네가 여기 없는데

나는 여태 살아있고

잠시 행복할 수도 있다는 사실     


누구나,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한

행복할 자격은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크든 작든,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생사를 가르는 영원한 이별이든, 물리적으로 일시적인 이별이든 경중을 따질 필요 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 이후, 

남은 이들에게 급격하게 몰려오는 허망함, 망연자실함, 무기력함은 

때론 살아갈 의지를 꺾고, 급기야 삶의 끈을 놓게끔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요.    

 

급작스런 헤어짐을 알게 된 날,

누군가 쇠방망이로 뒤통수를 내려치는 것 같았습니다.     


엄청난 고통 속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앞이 보이지 않았고

심장이 죄어와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조차 없었고

다리에 힘이 풀린 탓에 한 발 내딛지도 못했습니다.     


악전고투 속, 

아픔이 단단한 응어리가 될 때까지 견디고 또 견뎌내는 시간 이후

'내가 아직도 살아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일상생활 가운데, 가면 뒤에서 웃고 행복해하는 낯선 내 모습.  

   

그러던 어느 날,

떠나간 이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길 기원하듯

남겨진 이들 또한 이곳에서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내게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만큼은 나를 찾아오는 행복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구 덕분에’ 행복하고, 또 ‘누구 때문에’ 불행한 게 아니라,

나는 나 자체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지요.


버티는 삶이 아니라 흘러가는 삶,

놓지 못해 안달하는 삶이 아니라 자연스레 내려놓는 삶,

그 가운데 내게 다가오는 새로운 행복을 감사히 받아 안는 삶.     


이제는,

진심으로 웃고 행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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