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K Sep 12. 2017

눈물이 나지 않아

너의 의미


한 때는
흔들리는 네 눈빛
변화하는 네 표정
내뱉는 한마디에
내 마음이 잘게 부서졌는데

이제는
초점 없는 네 눈빛
무심한 네 얼굴
칼날같은 말에도
내 마음은 그 모습 그대로

잠시 울컥해지려다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내 마음

이젠 눈물이 나지 않아

마음에 인이 박인 탓


너는 내게 여기까지



오랜 시간,

인간이 인간에게서 감지할 수 있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의 극한을 경험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에 인이 박입니다.


요즘따라 투덜거림과 짜증이 잦아진 건, 

속으로만 삼켜 인이 박인 상처와 울분의 찌꺼기를 털어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때는, 

나의 일상이 무너져내리지 않도록 하루 종일 안간힘을 써야 했는데

지금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내 삶이 문제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여느 때처럼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를 즐기며  

때론 큰소리로 웃기도 합니다.


지금도 가끔은 

일상 속 삐걱거림과 약간의 우울감이 물 위에 뜬 기름처럼 동동 떠다닐 때도 있지만,

한 번씩 떠나는 여행을 통해 폐기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여행이 남긴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동력 삼아 에너지와 활력을 얻기도 합니다.


요즘은 

살아온 나날만큼, 딱 그만큼 더 살아내야 할 나날들이 줄 서 있는 느낌이 듭니다.

늘 그랬듯 담담하기도, 조금은 막막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꽤 긴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식 없이 웃고, 눈물 없이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삶의 투지를 불태우려면.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한 군데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삶의 재기를 꿈꾸듯, 

폐허가 된 마음에 또 다른 희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어느 순간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고 있을 거라는 사실.


누군가를 위해서,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삶은 오직 나 자신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때 즈음엔,

퍼질러 앉아 한바탕 신나게 울고 나서

툭툭 털고 일어나 달리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절연(絶緣)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