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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K Aug 22. 2017

절연(絶緣)

이별의 순간


미련없이 돌아서자 

마음이 먼저 무너져 내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게 떠나고 싶었는데     


깊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디 무겁다  


이것이 절연(絶緣)의 무게라면

죽어서라도 지고 갈 것을     


용서는 불가(不可)하나

파헤쳐진 내 마음에 따스한 햇살이 닿길


치유까진 아니더라도

깊게 베인 자상(刺傷)에 눈물 그만 흐르길


고개 너머 아린 눈빛이

어깨에 내린다




그런 적이 있었다.  

   

칼로, 가위로, 그 무엇으로도

아무리 잘라도 끊어지지 않는

질긴 그 무엇.     


자르고 자르다,

손이 너무 아파 포기하고

결국엔 내가 먼저 지쳐

통째로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린 기억.

    

사람의 인연도 그럴 수 있을까.     


자르고 또 자르려다

깊이 베인 자상,

뜨겁게 데인 열상과 화상,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어

절연(絶緣)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영겁(永劫) 같고 지옥 같았던 시간을 견뎌내고 보니

질긴 그 인연도 끊어내는 게, 

아니 쓰레기처럼 던져 버리는 게 가능하더라는.


그게 당분간이라고 해도,

그게 단지 현생에서 뿐이라고 해도

더이상 목졸림 없이 숨 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이게, '행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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