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순간
미련없이 돌아서자
마음이 먼저 무너져 내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가볍게 떠나고 싶었는데
깊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디 무겁다
이것이 절연(絶緣)의 무게라면
죽어서라도 지고 갈 것을
용서는 불가(不可)하나
파헤쳐진 내 마음에 따스한 햇살이 닿길
치유까진 아니더라도
깊게 베인 자상(刺傷)에 눈물 그만 흐르길
고개 너머 아린 눈빛이
어깨에 내린다
그런 적이 있었다.
칼로, 가위로, 그 무엇으로도
아무리 잘라도 끊어지지 않는
질긴 그 무엇.
자르고 자르다,
손이 너무 아파 포기하고
결국엔 내가 먼저 지쳐
통째로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린 기억.
사람의 인연도 그럴 수 있을까.
자르고 또 자르려다
깊이 베인 자상,
뜨겁게 데인 열상과 화상,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어
절연(絶緣)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영겁(永劫) 같고 지옥 같았던 시간을 견뎌내고 보니
질긴 그 인연도 끊어내는 게,
아니 쓰레기처럼 던져 버리는 게 가능하더라는.
그게 당분간이라고 해도,
그게 단지 현생에서 뿐이라고 해도
더이상 목졸림 없이 숨 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이게, '행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