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별일 없는 하루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마음 한 구석이 스르르 내려앉더라고요.
아무도 상처 주지 않았고, 실수한 것도 없는데 왜인지 가슴이 답답하고 눈가가 뜨거워졌어요. 그래서 그냥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아, 오늘은 이런 날이구나.
뭔가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냥 숨만 쉬었어요. 천천히, 깊게. 그렇게 앉아 있는 제 모습이 한심해 보이지 않기를,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조용히 바랐어요.
사람들은 자주 말해요. "힘내", "곧 나아질 거야", "누구나 그런 날 있어."
그런데 이상해요. 그 따뜻한 말들이 때론 더 무겁게 느껴져요. 나는 지금 정말 괜찮지 않은데, 괜찮아져야 한다는 부담까지...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마음이 무너질 땐, 그냥 무너져 있어도 괜찮다고.
금방 일어나지 못해도, 아무 말 하지 못해도, 그 자리에서 조용히 숨만 쉬고 있어도.
감정이라는 건 참 신기해요. 밤하늘의 별처럼 갑자기 반짝이다가 새벽 안개처럼 스며들기도 하고 소나기처럼 갑작스럽게 쏟아지기도 해요.
붙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애써 외면해도 마음 깊숙이 스며들죠.
무너지는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하지 마세요. 그 무너짐 속에도 당신이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요. 그 시간도 당신의 소중한 시간이니까요.
저는 그날, 아무 말 없이 그냥 앉아 있었어요.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작은 김을 바라보며, 창틈으로 스며드는 오후 햇살을 느끼며,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에 천천히 귀 기울였어요.
아, 나는 지금도 살아있구나.
그렇게 한참을 무너진 채로 있다가, 문득 떠올랐어요. 바닥을 치고 나서야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말.
그날 저는 무너지면서도, 동시에 아주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치 갈라진 틈 사이로 새싹이 돋아나듯이.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는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다정해야 해요.
아무것도 못하는 나, 눈물만 흘리는 나,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나에게 이렇게 속삭여 주세요.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너는 잘하고 있어."
그러면 언젠가, 어느 순간 마음이 다시 일어설 힘을 찾을 거예요. 천천히, 자연스럽게.
마치 봄이 와서 얼음이 녹듯이. 마치 해가 떠서 어둠이 물러가듯이.
그때까지는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괜찮아요. 당신의 마음이 스스로 숨 쉴 수 있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