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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지네가 내려~

5도2촌과 러스틱라이프 환상 깨기 제2탄!

금요일 밤 야간 운전은 도무지 적응이 안 돼요. 

정말 한결같이 힘이 듭니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짐을 꾸려 서해안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놓으면, 그렇게 수없이 왔다 갔다 한 길도 여기가 어디쯤인지, 시간은 얼마나 되었는지, 나는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사고 위험도 꽤 있었습니다. 나중에 얘기해 드릴게요.     


그날도 어둠을 뚫고 한참을 달려 서천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주차장 옆에 설치된 가로등은 벌써 두 번이나 고장신고를 해서 수리를 했는데 또 고장이 났네요. 

헤드라이트를 끄고 차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온통 깜깜합니다.

달도 보이지 않는 그런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양손에는 아이스박스와 옷가방을 들고 현관문 앞에 섰을 때 그제야 반가운 센서등이 확! 주위를 밝혀줍니다.

비로소 집에 도착한 기분이 듭니다. 휴~ 도착했다.


그리고 그때였습니다.     

“툭!”     

하고 머리 위에 무언가가 떨어졌습니다.     

“사사사삭~”     

하고 머리카락을 빗으며 무언가가 귀를 타고 어깨로 내려옵니다.     


“와 씨! 이거 뭐야!!”     


하며 놀라 몸을 털었더니 시커멓고 길쭉한 것이 바닥에 떨어져 왔다 갔다 합니다.

아... 왕지네입니다.

평소 담대한 성격으로 호들갑이 없는 저는 ‘지네야 안녕? 나를 반겨주는 걸 보니 너는 암컷이구나?’하며 인사를 건네었는데...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실상은, 

     

와!! 씨!!! 뭐야!! 오~~~ 이런 염병!! XXX 이런 미친 XXX 아오~!!! 죽어!!!


“밟아 버리겠어~~~ 죽어~!!”


하며 몸을 부르르 떨며 오두방정 경기를 일으켰죠.     

센서등이 아직 꺼지지 않은 그 찰나의 순간에, 젓가락 길이의 시커먼 지네는 지가 더 놀랬다는 듯이 왔다 갔다 두어 번 반복하더니 이내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아마 센서등에 매달려 있다가 자기도 놀라 81번째 발을 헛디뎠나 봅니다.     


보통 하루에도 수십 번 드나드는 현관에는 이런 벌레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데, 일주일 만에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니 지네가 그새 현관을 자기 구역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지네는 많이 봐서 그리 놀라지 않는 편인데, 이날은 정말 갑자기 머리를 타고 스윽 기어 내려오는데, 그 느낌이... 정말 표한할 수 없을 정도로 징그러웠어요... 놀라서 심장이 벌렁벌렁 튀어나오려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5도2촌의 생각지도 못한 복병은 지네의 출몰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그렇고, 이후에도 지네는 종종 출몰하였습니다.




또 다른 어느 날,      


“문영아~~!!!! 지네다!! 빨리 올라와~”     


하고 함께 온 선배 형이 저를 다급하게 불러서 2층으로 올라가 보면,

욕실 바닥에 지네 한 마리가 도망갈 곳을 찾아 S자로 움직입니다. 나름 익숙한 상황이라 휴지를 잔뜩 풀어 힘을 주어 지네를 움켜쥐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면 상황 끝.

선배는 저를 대단하다는 듯이 보고 저는 풋~ 뭐 이까짓 걸~ 하며 태연하게 내려가지요.

미리 알고 있으면 그리 놀라지 않는데, 정말 머리카락을 헤집고 귀를 타고 내려온 그날의 지네 사건은 너무 놀라 잊히질 않습니다.     


다용도실에도 종종 나오고, 한밤중 불을 껐다키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은 새끼 지네가 앙증맞게 거실을 지나가기도 합니다.

(새끼가 있다는 것은 어미 지네가 우리 집에 알을 낳았다는 얘기겠죠? 그러면 어딘가에 다른 새끼들이 많다는 거죠? 이런 상상은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암튼 평소 자연과의 공생을 강조한 저는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내왔는데 어느 날 끝내 사달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이날도 친구 성은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온 날이었습니다.(성은이는 이상하게 우리 집에 놀러 오면 피를 보더군요. 착하게 살자. 친구야.)

저는 술이 떡이 되어 기절해서 자고 있었는데, 한밤중 친구의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아... 씁~ 문영아... 씁~ 아.... 일어나봐... 너무 아파.. 씁~”

“문영아... 씁~ 나 지네에 물린 것 같아...씁~”     


지네란 말에 정신이 퍼뜩 들어 일어나 보니 친구가 팔뚝을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설마 진짜 지네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친구의 팔뚝을 확인해 보니, 좁쌀만 한 구멍 두 개가 빵빵 뚫려 있는데 이건 누가 봐도 틀림없이 지네에 물린 자국이었습니다.

뚫린 두 개의 구멍에서 피가 방울방울 맺히고 있더군요.   

  

“아... 너무 아파... 씁~ 유리로 팔을 막 긋는 것 같아... 씁~ 으~~~”     


친구의 고통스러운 표정에 술이 확 깨고 일단 소독약을 찾아 바릅니다.

아... 하필 소독약은 오래전에 사놨던 유통기한 지난 빨간약뿐이지만 어쩌겠나요? 일단 바르고 친구를 진정시켰습니다.  

    

“괜찮아. 안 죽어. 괜찮아~”     


근데 친구도 좀 진정이 되었고, 저도 술이 깨고 잠이 확 달아나서야 불현듯 무언가 놓친 것이 떠올랐습니다.     

“지네는? 지네 봤어? 어디로 갔어?”

“몰라... 지네는 못 보고 그냥 자다가 무언가 꽉 물어서 아파서 일어났어....”

“헉... 그럼 지네가 지금 여기 있겠네? 헐!!! 빨리 찾아보자!!”     


꽤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는 집에 에어컨을 1층에 하나만 설치해 놓아 아이들과 아빠 둘, 모두가 함께 거실에 모여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깐 지금 지네가 아이들과 살을 맞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서둘러 애들이 덮고 있는 이불을 모두 걷어내고 소파 밑을 살펴보고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지네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어디 구석 깊숙이 숨어 있나 봅니다.

한참을 찾아도 보이지 않아 일단 수색을 멈추고 친구의 상처를 돌보다가,     


“그래도 너무 불안하다. 못 찾으면 우리 오늘 잠 못 잔다. 한 번 더 찾아보자!”     


하고 잠든 아이들 밑에 손을 넣어 휘젓고 있는데, 그때였습니다. 

친구 아들 허벅지 밑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감촉의 차가운 것이 손에 걸렸습니다.

냅다 움켜쥐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는데... 아... 지네였습니다. 그것도 처음 보는 엄청 큰 왕지네입니다!     

커다란 지네가 또 도망치려 하길래 이번에는 냅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후려쳤더니 이제야 이놈이 상처를 입고 기절을 하네요.(잠시 후 깨어나 또 막 움직였습니다. 지네의 생명력은 정말 엄청나더군요.)     


아.... 정말 식겁했습니다. 이렇게 큰 지네가 우리 아이들과 한 이불을 덮고 있었다니!!! 

행여 친구가 아니라 아이들이 지네에게 물렸더라면!!! 아...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기절한 지네를 쭉 펴보니 길이가 장난이 아닙니다. 

이빨도 어마무시합니다!

도대체 이렇게 큰 놈이 어떻게 집 안으로 들어 올 수가 있지??? 미스터리입니다. 정말...     


일단 기절한 지네를 빈 생수병에 가두고 친구와 저는 정말 너무 놀라서 한참을 망연자실 멍하게 있었습니다.


고맙다. 친구야. 네가 물린 덕분에 아이들이 무사했다! 너는 성인이야 성인! 살신성인!


친구는 고통이 가시질 않는지 계속 “쓰읍~ 쓰읍~” 하고 있고, 저는 기절한 지네를 흔들어 깨워 고문하다 어찌어찌 악몽 같았던 밤이 지나갔습니다.      




다음날 친구는 서울로 돌아가 지속적인 통증에 병원을 찾았고 항생제 처방에 파상풍 주사까지 맞았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는 자연과의 공생을 중단하겠다고 선포하고 인터넷에 지네 퇴치약을 알아보고 바로 구매했습니다.     

지네 퇴치약을 찾아보니 상당히 다양한 제품이 많이 있더군요. 일단 이런 살충제는 농약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합니다. 참고로 농약은 독극물이라 절대 인터넷에서는 구매할 수 없고, 농약상에서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놓고 구매해야 하죠.     

아무튼, 지네 살충제는 아무래도 지네가 생존력이 강하다 보니 독성이 더 강하다고 하는데, 신경독이라 밟고 지나가기만 해도 생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크게 투명한 액체로 되어 있어 스프레이로 뿌리는 형태가 있고, 아니면 하얀 가루 형태로 되어 있는 제품이 있는데,

그중에서 저는 하얀 가루 형태를 구매해서 뿌려 놓았습니다. 

사실 이 하얀 가루를 뿌려 놓으면 가루가 바람에 날릴 수도 있고 또 보기에도 좋지 않아요.

그럼에도 제가 이 가루형태를 구매한 이유는, 일단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 눈에 잘 띈다는 점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5도2촌이고 저는 워낙 지인들을 자주 초대하는데, 투명해서 보이지 않으면, 저도 나중에 어디에 뿌려놨는지 모를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또 저는 기억한다고 해도 행여 지인들이 지네 살충제를 뿌려 놓은 곳은 밟거나 만지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투명한 액체보다는 눈에 잘 띄는 가루형태를 사용했는데, 일단 효과는 꽤 좋았습니다.

(물론 가루형태는 자칫 날릴 수도 있고 애완동물이 있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 상황에 따라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다용도실 밖으로 통하는 출구하고 벽과 바닥의 경계를 따라 뿌려 놓으니 한 달 후 꽤 큰 지네가 죽어 있더군요. 지네뿐만 아니라 다양한 벌레들이 죽어 있었습니다.

기타 외부로 통하는 문쪽으로 살충제 가루를 뿌려 놓아서 나름 효과가 있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효과는 있었지만 완벽하게 지네의 출몰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젠장...

지네가 바닥으로만 다니지는 않더군요... 그걸 몰랐네요.

벽을 타고, 또는 천장을 타고 돌아다니는 지네를 어찌 막나요?

역시 자연과 공생만이 답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네는 습한 곳을 좋아하니 집안이 습하지 않도록 환기를 잘 시켜주거나 보일러를 틀어 온도를 올려주면 모두 밖으로 도망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지속적으로 머물면 이런 해충이 인기척에 놀라 들어오질 않겠지만, 5조2촌의 세컨하우스라면 자칫 주인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점!! 오늘의 교훈입니다.

그러니 습도와 온도관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굿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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