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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이야기 2탄, 그래도 다 도둑놈들은 아니구나!

세컨하우스, 러스틱라이프, 5도2촌, 집 관리가 이렇게 어려워요.

1월의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진 어느 날, 보일러를 꺼 놓고 온 것이 너무 걱정되어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서천집에 도착했습니다.


“애들도 데리고 가~” 


해서 아들과 조카까지 떠안고 왔는데, 


어라? 보일러가 작동을 안 합니다.


보일러의 제어기에 뜬 에러코드를 인터넷에 조회해 보니 통신 에러라고 하는데, 제가 뭐 알겠습니까? 일단 as에 전화를 걸어야죠.     

근데 24시간 상담대기라는 보일러 회사의 as전화는 꼭 한겨울 주말에는 먹통입니다. 연결이 되질 않아요...     

하는 수 없이 지역의 보일러 대리점에 전화를 해보니, 사장님이 멀리 출장 중이시랍니다.     

일단 혹독한 한파라 애들을 위해 급하게 벽난로에 불을 지폈습니다. 

평소 벽난로를 사용하면 공기가 너무 건조하고 뜨거워져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럴 땐 정말 구세주네요. 하지만 벽난로는 공기만 데워줄 뿐 일시적이라,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금 동파방지를 위해 어떻게든 보일러는 고쳐야 했습니다.     


다시 보일러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이 밤늦게라도 오실 수 있나 여쭤보니, 다행스럽게도 다른 설비업자 연락처를 알려주시며 연락해보라 하시네요.     

천만다행으로 설비업자분이 한 시간 후 도착했는데, 보일러가 꿈쩍을 안 합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도 작동을 하지 않고 에러코드가 뜨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대로 춥다고 애들을 데리고 돌아가면 한파주의보 상황에서 얼마 되지 않아 보일러가 동파될 것이 뻔하기에 어떻게는 고치고 가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우웅~~~”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장님~ 보일러 돌아가네요!”     


설비업자도 기뻤는지 보일러실에서 나와 소리쳤습니다.     


“보일러실 전원을 뺐다 꼈는데 돌아가네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하하하”     


그렇게 또 위기가 지나갔습니다. 참 어이없게 고장 나고 어이없게 고쳐지는군요.

전원코드를 뺐다 꼈는데 돌아가다니!

그래도 이게 어디야!! 설비업자 아니었으면 진짜 발만 동동 구를 뻔했습니다.

정말이지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서 수리비를 많이 불러도 다 줘야지 했는데, 설비업자의 대답에 크게 놀랐습니다.     


“코드만 뺐다 꼈는데요. 뭘... 제가 한 게 없어서 출장비를 받기도 애매하네요. 출장비 3만원인데 1만5천원만 주세요.”     


뭐지? 이 훈훈한 분위기는?

이렇게 한겨울, 그것도 토요일에 쉬는 와중에 불려 와서 끙끙대며 간신이 고쳤는데, 이 설비업자는 한 게 없다고 출장비를 반만 받겠다고 하네요...

앞서 얘기했듯이 다른 수리기사는 120만원을 부르는 마당에 말이지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ㅠㅠ"     


한사코 본인이 한 게 없다며 반만 달라는 것을 원래대로 출장비 3만원을 쥐여 주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하며 보냈습니다.     

참... 시골이라고 출장을 부르면 모두 바가지를 씌우는 줄 알았건만... 또 그렇지도 않더군요.

그해 겨울은 그분 덕에 아주 뜨끈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해, 이번에도 에러코드가 떴는데 전원코드를 아무리 뺐다 껴도 작동을 하지 않네요.

거 참... 아~ 보일러 그냥 확 새 걸로 바꿀까?

보일러의 고장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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