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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ny Jan 26. 2017

클래식 음악의 미래

저명한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는 최근 그의 저서 ‘미래와의 대화’에서 앞으로 15년 후의 달라질 세상을 소개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2021년부터는 소위, 정규직과 프리랜서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비율이 비슷해질 것이며 이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이 새로운 직종을 창출할 것이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분류되었던 분야는 기계로 대체되는 반면, 차세대 직업군이 생김에 따라 사회가 구동되는 다이내믹이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오늘을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미래를 적극적으로 맞이하자는 것이 이 책의 골자이다. 


세계 음악계 주요 인물 22명이 의기투합하여 ‘클래식 음악의 미래’라는 이름의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3인방 중 한 명인 마이클 베커만 뉴욕대학교 음대 교수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과연 예측할 수 있겠냐 되물었다. 미래를 탐구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이지만 결코 순수한 열정만으로 풀어내기에는 복잡 미묘한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두드러지는 현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첫 번째로 던진 화두는 바로 ‘현대음악’으로 불리우는 창작곡에 대한 갈등이다. 오늘날 탄생하는 현대음악은 19세기 클래식 음악의 전통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당연히 클래식 음악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잘 훈련된 전문 연주자들에 의해 콘서트홀이라는 환경에서 작품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아닌 연주라는 ‘클래식’한 행위을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적 의미에서의 클래식 음악이 현대음악을 위협하는 갈등 요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클래식 음악이란 일반적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는 인식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추구하는 현대음악의 숨통을 조이는 걸림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과연 이 두 가지 견해를 하나의 그림 속에 둘 것인지, 아니면 아예 따로 분리해야 하는 시도가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혼재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특히 미국의 경우, 클래식 음악이 백인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되고 있다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견해는 클래식 음악이 교육 수준과 사회 구조에 의해 구축된 것임을 의미한다. 음악 교육 시스템 역시 ‘클래식 음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바흐의 작품이 인도 음악이나, 일본 전통음악보다 우수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우 신중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평가하지 않으면 자기가 파 놓은 구덩이에 빠져 갇히고 만다.


경제적인 측면은 더 심각하다. 재정을 ‘소비’하는 예술 단체들의 특성상 역사를 더해 갈 수록 예산을 늘려가며 발전을 이루었고, 필연적으로 점점 더 많은 기부자들 등장과 기부액수 역시 늘려갔다. 구조적으로 비용 절감은 불가능한 일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 노조가 조직된 단체와 기관을 보면 극명하다. 단적인 예로,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뉴욕 필하모닉 음악회 전에 있는 사전 강의를 위해 마이크를 단상에 옮겨 놓는 단순한 일을 하는 직원은 강사의 약 4배 가량에 달하는 수 천 달러를 받는다.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스태프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지면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한다. 이는 밥그릇을 두고 싸우는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절벽에 도달하여 모두 무너져버리는 순간을 맞게 될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는 이러한 위기감에서 출발했지만, 그렇다고 전략과 대책을 세워 원하는 결론을 도출하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2명의 멤버는 작곡가 진은숙, 지휘자 겸 작곡가인 에사-페카 살로넨과 같이 실제 무대 위에서 창작과 구현을 하는 음악가들을 비롯하여 뉴욕 필하모닉, LA필하모닉, 파리 필하모닉, 캐네디언 오페라, 카네기홀와 같은 주요 연주 단체장,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 줄리어드 음대, MIT, 뉴욕대를 포함한 교육계 인사, 그리고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사의 중요 비평가들로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이들은 1년에 두 차례씩 정례 모임을 갖는 것 이외에도 이메일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다. 최근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에서 열렸던 회의에서는 음악 고등교육과 클래식 음악의 세계화에 관한 이슈들을 집중 논의했다. 프로젝트의 스펙트럼이 방대한 만큼, 각 모임마다 다룰 주제들을 잘 선별하여 모임을 가진 후, 뉴욕대 세 명의 교수진과 산하 연구팀이 회의에서 논의된 이슈들을 정리한다. 


베커만 교수가 이야기 했듯이 클래식 음악의 미래는 어쩌면 우리 손에 영원히 잡히지 않고 손 밖으로 빠져 나가는 모래와 같을지 모르겠다. 발 빼고 몸 사리는 요즘 같은 시기에 클래식 음악의 오늘을 진단하고자 깃발을 든 학자들과 이에 동참하는 프로젝트 멤버, 그리고 이들의 3년간의 연구를 통크게 지원하는 뉴욕대학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기댈만한 한 줄기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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