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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Nov 25. 2021

2. 기저귀 똥

엄마가 치과에 갔다.

할머니랑 나랑 둘이 남았다.


할머니가 배 아파하셨다.

화장실에 데려 드렸다.

할머니가 변기에 오래 앉아계셨다.


할머니에게 갔다.

몹시 힘들어하신다.

"볼일은 다 보셨어?"


바지를 주춤하며 올리신다.

"뒤처리 하셨어?"  "어어."

휴지 한 칸에 변이 잔뜩 묻었다.


"한 장 더 닦으시지"  "됐어"

후들거리며 지팡이를 집으신다.


침대에 눕혀드렸다. 진이 다 빠진듯하다. 창백하고 입술이 메말랐다.

식은땀을 닦아드렸다. 물을 한잔 드렸다.

누워서 주무시라 했다.


앞에 조금 앉아있었다.

잠에 드셨다. 곤히 주무신다. 창문 빛에 눈이 부시지도 않으신지.


화장실에 갔다. 기저귀가 세탁기 위에 있었다.

기저귀 안에 작은 똥이 있었다.

이건 강아지똥? 토끼똥? 꼭 그렇게 보인다.


잘 접어서 문밖의 기저귀가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에 넣는다.

묶었는데 틈이 벌어진다.

얼마 전 문 앞에 날파리가 꼬이고 우산에 들러붙어 펼쳤다가 접었다가 하며 짜증을 내었었다. 똥파리 아니 똥 날파리였단 건 미처 생각 못했었다.


엄마가 오셨다. 나에게 미안해하고 고맙다 했다.

뭐가 미안하고, 뭐가 고마울까?

엄마도 그걸 알 수는 없다.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할머니를 이렇게 돌볼 수 도 없었을 테다.


할머니가 좀 뒤에 깨어나셨다.

엄마는 할머니 기저귀를 해드렸다.

나는 그 옆에 누워있다가 잠에 들뻔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힘을 내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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