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화 안 내고 말하기가 쉽지가 않더구나...!!! ㅋ
초딩 1학년 아들은 매일 아침 8:25분에 학교에 간다. 햇살이 긴 여름, 초가을까지는 그 시간에 등교하는 것이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최근 해 뜨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덩달아 늦잠자기 시작하는 아이들, 덕분에 등교 준비를 할 시간은 빠듯하기만 하다. 7시 30분이 쯤 겨우 흔들어 깨워서야 기상을 한다. 느릿느릿 아침을 먹으며 등교 준비를 한다. 물론 느릿느릿 아침을 먹을 시간 따위는 없음에도 아들은 세상 느긋하다. 가끔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라도 하는 날에는 세상 눈과 귀를 다 닫고 밥을 먹어야 하는 입까지 닫고 TV 속에 빠져있다.
아침 식사를 차려주자 마자 그 날 입을 옷과 양말을 가져다주고 한 마디 한다. "아들 일단 옷을 입으면서 봐" 전문가 선생님들은 식사 시간과 TV 시간, 준비 시간을 잘 나누어 지키라고 하지만... 빠듯하게 정해진 등교시간에 아들뿐 아니라 누나의 등교 준비까지 도와야 하다 보니 한 번에 두 가지 세 가지 일을 시키는 건 어쩔 수 없는 우리 집의 아침 풍경이다.
학교에서 마실 물을 가방에 넣어주고 준비물이나 숙제들 빠트리지 않았는지 잔소리하며 자질구레 한 것들 챙기고 돌아와도 여전히 아들의 밥과 옷가지는 그대로다. "아직도 하나도 안 먹었어? 얼른 양말부터 신고.... 벌써 7시 50분이야..." 급히 아들의 입에 밥 한 술을 떠주고 양말을 손에 쥐어준다.
딸내미가 부른다. 잠시 누나의 등교 준비를 도와주고 뒤돌아보면 여전히 밥은 그대로, 양말은 겨우 한 짝 꿰다 말고 팽이를 돌리고 있다. "휴....아들...얼른 밥 먹고 양말마저 신어. 한 가지라도 집중해봐. 옷 입고 양말 신는 동안만이라도 집중해서... 빨리 하면 1분이면 끝나는데..." 또 밥 한 술 떠서 입에 넣어주며 어느새 나의 잔소리는 길어지고 있다.
5분이 지나도 여전히 아까 먹던 그대로의 밥, 양말만 신은 내복 차림으로 카드를 뒤적거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이름 앞에 야! 자와 성이 붙기 시작한다. "야... 장 00 빨리 밥 안 먹어? 8:00 다 되어가잖아. 빨리 옷 입고 양치하고 세수도 하고 해야지..." 그리고 이때부터 아들의 표정에 억울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밥을 우적우적 입에 넣고 바지에 발을 넣는다. 왜 바지를 입는 그 10초도 집중이 안 될까? 누나가 나오자 채 바지를 올려 입지도 않고 엉덩이에 걸친 채 장난을 건다.
엄마는 눈을 부릅뜨고 다가간다. 목소리도 잔뜩 누르고 있다. "빨리 밥 먹고 바지도 제대로 입으라고... 몇 번을 말해..." 억지로 티셔츠에 아들의 목을 끼운다. "아... 엄마... 손 차갑다고... 내가 입는다고...." 아들도 덩달아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티셔츠를 제대로 입나 싶으면 한쪽 팔을 끼우다 말고 또 딴청이다.
결국 오늘도 열폭이다. "야 늦었다고. 언제 준비하냐고... 이래 놓고 또 늦었다고 화낼 거잖아~~~~~~~~!!!!!!." 초딩 1학년이 되면서 부쩍 세상이 억울해진 아들도 지지 않는다. "아니 왜.엄.마.는. 좋게 말을 안 해? 맨날 화만 내....!!!" "내가 지금 화 안 내게 생겼어? 벌써 같은 말을 몇 번을 해도 좋게 말할 때는 네가 말을 안 듣잖아...!!" 전쟁 같은 아침 풍경이다. 시간이 많은 날은 느긋하게 준비하길 기다리겠지만 정해진 외출 시간이 있을 때는 늘 조급 해지는 엄마, 급할 것 없이 당장 하고프고 궁금한 것이 많은 아들과의 충돌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매일 이렇지는 않다. 어떤 때는 밥도 스스로 한 그릇 뚝딱하고 옷을 입고 과일을 먹고 치약을 짜며 자랑스레 나를 바라볼 때도 있다. 슈렉의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내 새끼 이쁜 새끼 우리 귀여운 아들" 침 튀어가며 오버스러운 칭찬 세례를 퍼부어준다. 학습 이론대로라면 바람직한 행동을 하였을 때 충분한 강화를 받은 아이의 행동은 점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되는 건데... 엄마의 내공과 인내심이 부족한 탓인지 일주일에 반 이상은 전쟁이다.
"엄마는 왜. 맨. 날. 화내면서 말해?" 싸우고 학교에 보낸 날에는 아들의 목소리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돈다. 심리 공부도 하고 아들 강의도 수시로 찾아 듣고 책을 읽어보아도 비슷한 풍경, 비슷한 마음과 후회가 남는다.